미·이란 휴전 기대감에 날개 단 한·일 증시, 그 이면의 아시아 경제 향방은

미국과 이란 간 무력 분쟁이 60일간 휴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한국과 일본 증시가 말 그대로 펄펄 끓었다. 양국 협상단이 휴전 연장과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추가 회담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반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금요일 아시아 시장은 뜨거운 랠리를 연출했다. 특히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5월 도쿄 근원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데이터까지 더해지며 2.5% 뛴 66,329.50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 코스피 역시 글로벌 AI 붐에 올라탄 기술주들의 하드캐리에 힘입어 3.6% 급등한 8,476.15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5.8% 올랐고, AI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SK하이닉스도 1.9% 상승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2.5%)와 호주 ASX 200(+1.6%, 8,731.70), 홍콩 항셍(+0.7%, 25,182.39) 등도 기분 좋은 오름세를 탔지만, 상하이 종합지수(-0.7%, 4,068.57)와 인도 센섹스(-0.5%)는 소폭 미끄러지며 장을 마쳤다.

이런 훈풍은 글로벌 증시 전반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간밤 뉴욕에선 S&P 500이 0.6% 오른 7,563.63으로 또 고점을 높였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9% 뛴 26,917.47, 다우존스는 50,668.97(+0.1% 미만)을 기록했다. 유럽 장에서도 영국 FTSE 100(10,446.42, +0.2%), 독일 DAX(25,157.61, +0.3%), 프랑스 CAC 40(8,262.90, +0.9%) 모두 기분 좋은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 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가 159.24엔에서 159.28엔으로 소폭 올랐고, 유로화는 1.1651달러에서 1.1634달러로 밀렸다.

다만 겉보기엔 화려한 랠리라도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긴 다소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란의 공식 발표가 아직 없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서명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물리지 않는 대신 미국이 이란 항구 해상 봉쇄를 서서히 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요일 장 초반 브렌트유는 배럴당 92.58달러, WTI는 88.81달러로 각각 0.1%씩 빠지며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이번 사태 이전인 2월 하순 70달러 선이던 걸 감안하면 체감상 여전히 상당히 부담스러운 레벨이다.

ING의 원자재 전략가 워런 패터슨과 에와 만테이는 합의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내리고 해협 재개방이 단기적으로 숨통을 틔워줄 순 있겠지만 회복 과정은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당장 선주들 입장에선 휴전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섣불리 배를 띄우기 꺼려질 테고, 원유 생산망이 단숨에 100% 정상화되기도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렌즈를 아시아 내수 경제로 돌려보면 각국이 마주한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당장 한국은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단순한 지자체장 선출을 넘어 현 정부의 국정 지지도를 가늠할 풍향계인 만큼, 여당이 승기를 잡는다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확장적 재정 정책이 경제 정책의 메인 테마로 급부상할 공산이 크다.

물가는 여전히 껄끄러운 뇌관이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대비 3.0%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정부가 기름값을 억누르고 있다곤 해도 이미 치솟은 파이프라인(도매) 물가가 시차를 두고 서비스 요금 등으로 전가되는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믿을 구석은 반도체다. 일찌감치 속보치에서도 확인됐듯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5월 전체 수출은 무려 52%나 폭증할 전망이다. 물론 치솟은 에너지 가격 탓에 수입도 25% 늘겠지만 말이다.

비슷한 고민은 대만도 안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대만은 당장 금요일 발표될 5월 CPI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스란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 예상치인 2.2%를 찍는다면 2025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물가 목표치 2%를 뚫게 되는 셈이다. 올 중순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을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대만 중앙은행이 다가오는 회의에서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리스크도 꽤나 커졌다.

여기에 더해 주말 발표 예정인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5월 PMI 데이터도 아시아 경제의 기초체력을 확인할 주요 체크 포인트다. 제조업 PMI는 50.1로 살짝 꺾이고 비제조업은 49.6으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주 후반 발표될 RatingDog의 PMI 지수까지 맞물려 봐야 중국의 실제 경기 회복 속도와 주변국 수출에 미칠 파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