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표준 도시’를 향한 딜레마: 메가시티의 화려한 청사진과 사라지는 금개구리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의 선거 사무소는 묘한 활기로 가득했다. 성남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표준 도시’로 만들겠다는 그의 구상은 꽤나 공격적이고 입체적이다. 단순히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성남의 모세혈관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굵직한 밑그림을 꺼내 들었다. 그가 내세운 핵심 카드는 다름 아닌 대규모 철도망 구축과 판교 중심의 미래 산업 육성이다. 특히 ‘성남 도시철도 1·2호선’ 공약은 그동안 도로망에 기형적으로 의존해온 성남의 교통 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확 갈아엎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 철도망 구상은 구체적이고 과감하다. 1호선은 대장을 시작으로 남생, 도촌, 서현을 거쳐 위례까지 뚫고, 2호선은 판교 일대(제2·3판교)와 백현 마이스, 수내, 구미동을 촘촘하게 잇는다. 중전철 방식으로 추진하되 민간 자본을 50% 이상 끌어오겠다는 자금 조달 계획도 검토 중이다.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구가 팽창할 게 뻔한 마당에 기존의 낡은 도로 중심 체제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그의 진단은 날카롭다. 여기에 덧붙여 구도심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뒤바꿀 비장의 무기로 ‘생태 하천 복원’을 꺼내 들었다. 분당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게 탄천이라면, 구도심에는 복개된 대원천을 제2의 청계천처럼 복원해 꽉 막힌 도시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논리다.

판교를 향한 그의 시선 역시 단순한 베드타운 팽창을 넘어선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판교 테크노밸리의 외연을 하이테크밸리와 야탑밸리, 바이오 클러스터까지 밀어붙여 거대한 미래 산업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거다. 야탑 예비군 훈련장 이전 부지나 구미동 하수처리장, 정자동 주택전시관 같은 알짜배기 공공 부지들이 그 복합 개발의 타깃이다. 성남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상당히 실용적인 접근을 보였다. 기업들이 굳이 수도권에 몰리는 건 고급 인재와 시장 접근성 때문인데, 억지 규제로 기업들이 지방 이전 대신 아예 투자를 접어버린다면 국가 경제 전체의 손실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실에서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며 행정적 감각과 시야를 넓혀왔다는 그는, 과거 분당에서 민주당 깃발을 꽂았던 그 무모해 보이던 도전을 이제 성남 전체를 혁신하는 동력으로 삼아 남은 과제들을 완수하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성남이 대원천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생태 하천을 부활시키겠다며 ‘표준 도시’의 청사진을 그리는 사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인천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도심의 숨구멍을 틔우겠다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인공 하천을 조성하는 한편에서, 수만 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천연 생태계는 콘크리트 아래로 영영 생매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인천녹색연합이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선 ‘삼산4지구 도시개발사업’이 바로 그 씁쓸한 모순의 현장이다. 부평구 삼산동 325번지 일대 7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논습지를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아파트와 상가를 올리겠다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인천시는 이미 지난해 10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제반 절차를 밟으며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삼산논습지는 단순히 빈 땅이 아니다. 주변의 계양과 부천 대장동 논습지마저 3기 신도시라는 이름 아래 아스팔트로 덮여가는 와중에, 그나마 남은 삼산논습지는 굴포천을 곁에 둔 채 부평과 부천 권역의 유일한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이곳마저 지도에서 지워진다면, 이 일대는 살인적인 도시 열섬 현상과 대기오염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감옥이 될 게 뻔하다. 게다가 이곳은 멸종위기종이자 한국 고유종인 금개구리의 핵심 터전이기도 하다. 2013년은 물론이고 2025년 최근 조사에서도 일부 구간에 이 작은 생명체들이 여전히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멸종위기종이 숨 쉬고 있는 자연의 산실을 원형 보전이나 도시농업공원 같은 대안 대신 고작 주거용지 몇 마지기 확보하겠다고 시멘트로 발라버리는 것이 과연 현대 도시가 지향해야 할 합리적인 방향일까.

누군가는 구도심에 하천을 파내고 하이테크 밸리를 올리며 생태와 첨단이 공존하는 폼나는 ‘표준 도시’를 약속하지만, 그 이면에는 진짜 생태계인 금개구리의 서식지를 무참히 짓밟는 난개발의 민낯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잃어버린 자연을 모방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십만 평의 천연 논습지를 하루아침에 포크레인으로 갈아엎는 지독한 인지부조화. 이 간극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메가시티의 팽창이 삼켜버린 논습지 위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의 내일을 대한민국의 진정한 ‘표준’으로 삼을 것인가. 성장의 속도에 취해 발밑의 숨구멍마저 지워버리는 한, 아무리 화려한 철도망으로 치장한들 그것은 결국 콘크리트로 빚어낸 사상누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