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AI 콘퍼런스, 복싱하고 공중제비 도는 로봇들로 이목 집중

상하이 AI 콘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인공으로 부상

이번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에서는 인간형 로봇들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키 180cm가 넘는 육중한 로봇부터 유연하게 공중제비를 도는 강아지 로봇까지, 각양각색의 로봇들이 무대를 압도했다. 이들은 팝콘과 음료를 나르거나(종종 흘리기도 했다), 달걀 껍질을 벗기고, 복싱 시합을 벌이며, 마작을 즐기거나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수천 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아 이 같은 퍼포먼스를 지켜봤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Unitree, UBTech Robotics, Agibot와 같은 로봇 스타트업들이 선보인 휴머노이드였다. 이 기업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로봇을 만들기 위한 경쟁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항저우에 본사를 둔 Unitree는 가격이 약 6,000달러에 불과한 입문형 휴머노이드를 공개했고, ByteDance는 행사 직전 자사 로봇 ‘Mini’가 셔츠를 옷걸이에 거는 영상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중국, AI 기술 자립 위한 산업 연합체 결성

이번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AI 업계는 새로운 기술 혁신과 더불어 두 개의 산업 연합체 결성을 발표했다. 미국의 엔비디아(Nvidia) 등 외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발표는 콘퍼런스가 열린 3일 일정에 맞춰 진행되었다.

가장 주목받은 연합체 중 하나는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Model-Chip Ecosystem Innovation Alliance)’이다. 이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사들과 AI 반도체 제조사들이 손잡고 칩부터 인프라까지 기술 전반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연합에 참여한 Enflame의 자오리둥(Zhao Lidong) CEO는 “칩, 모델, 인프라를 잇는 완전한 기술 체인을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화웨이(Huawei), 비렌(Biren),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 등 미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받은 주요 GPU 제조업체들도 포함됐다. 이번 연합은 LLM 스타트업 StepFun이 주도했다.

AI 산업 통합 위한 두 번째 연합체도 출범

두 번째 연합체인 ‘상하이 상공회의소 AI 위원회’는 AI 기술과 산업 전반의 융합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연합체에는 미국 제재를 받은 얼굴 인식 기업 센스타임(SenseTime)이 LLM 분야로 전환한 뒤 참여했으며, StepFun, MiniMax, Metax, Iluvatar CoreX 등도 함께하고 있다.

화웨이, 엔비디아 능가하는 AI 시스템 공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제품 중 하나는 화웨이가 선보인 AI 컴퓨팅 시스템 ‘CloudMatrix 384’였다. 이 시스템은 최신 910C 칩 384개를 탑재했으며, 일부 성능 지표에서 엔비디아의 ‘GB200 NVL72’를 능가한다고 미국 반도체 분석기관 SemiAnalysis는 전했다. 이 기관은 화웨이가 개별 칩 성능의 한계를 시스템 설계 능력과 칩 수의 증가로 극복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최소 6개의 중국 AI 기업이 비슷한 ‘클러스터링’ 기술 기반의 칩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Metax는 대형 액체 냉각 데이터센터에 대응하는 ‘AI 슈퍼노드’로 C550 칩 128개를 탑재한 시스템을 시연했다.

인터랙티브 3D 생성 기술도 주목

텐센트(Tencent) 역시 행사 기간 동안 오픈소스로 ‘Hunyuan3D World Model 1.0’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텍스트나 이미지 입력만으로도 사용자가 상호작용 가능한 3D 환경을 생성할 수 있게 해주며, 새로운 창작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AI 산업은 로봇 기술에서부터 칩 제조,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중국이 독자적인 AI 기술 기반을 구축하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