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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국가정신건강위원회」왜 필요한가?- 정신질환 여고생의 여아살해, 묻지마 살인사건 등 모두 국가의 책임/- 대선정국, 정신건강분야 1천 만 표 존재

홍 상 표 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불과 며칠 전 인천에서 초등학교 2학년의 여자아이가 실종된 뒤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아파트 16층 옥상 물탱크 옆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같은 아파트단지 다른 동에 사는 17세의 여자고등학교 자퇴생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후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운전자의 광란의 폭주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기도 했다. 1992년 한 정신질환 운전사가 휴일을 맞아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등 휴일을 즐기던 시민들 속으로 질주하여 9명을 크게 다치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를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후 1995년 12월 31일자로 정신보건법이 제정 공포됐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강남역, 수락산, 오패산 묻지마 살인, 부산의 길거리 묻지마 폭력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사건으로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구속되고 정치권과 나라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오래전부터 청와대 주치의로 정신과의사가 있었다거나 정부 각 기구마다 임상심리나 심리상담 전문가가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이런 정치적 사회적 혼란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로 이어지는 마법이 오랜 세월 박근혜 전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농락해왔음에도 주변에는 이를 구해줄 정신건강 전문가가 없었고 그 어느 누구도 전문적인 차원의 조력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일종의 빙의현상과도 같았던 최씨 가문의 마법을 벗어나려면 청와대 주치의로서 정신과 의사의 조력이 필요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정신건강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가 따로 없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정신과 의사를 비롯해 많은 정신건강전문가를 배출해왔다. 이들이 정신건강정책의 각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정신건강이라는 거대하고 광범위한 담론을 이끌어가는 기구나 조직도 없고 정신건강정책의 통합적 관리에 대한 아젠다 역시 그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정신건강정책을 통합관리하고 조율하는 정부부서는 보건복지부로서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이하 십여 명의 직원이 사실상 모든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하부조직으로 국립정신건강연구센터와 국립정신병원 4개 그리고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라는 전문가 조직이 있지만 국립연구센터와 국립병원은 그야말로 보건복지부의 정책수행보다는 진료 영역에서의 기능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중앙정신건강사업지원단은 국가정신건강정책 수립에 대한 자문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정신건강정책과 관련한 공무원들은 당연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없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정신건강관련 사건사고 등에 대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으며 그 어디에서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다. 정책수립에 대한 여론수렴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이를 정책개선에 건의하는 조직은 의사단체인 신경정신의학회, 병원단체인 정신의료기관협회, 가족단체인 정신장애인가족협회, 당사자 단체인 정신장애인협회와 정신장애연대, 시설단체인 정신요양시설협회, 사회복귀시설협회 등의 민간기구들 뿐이다.

  또한 시급한 과제는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각종 차별의 철폐다. 다른 질병과는 달리 정신질환자는 입원질료환자에 대해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기초생활수급대상)의 진료수가 제도를 달리하여 차별하고 있다. 같은 정신질환자이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정액수가제를 적용, 진료의 양이 많고 비싼 약을 처방한다고 해서 또는 진료량이 적고 값싼 약을 처방한다고 해서 진료수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2015년 말 현재 건강보험환자의 59% 수준이다. 즉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최대공약수의 진료와 처방, 강제퇴원을 유도하면서 질병의 만성화의 결과를 부추기고 있다. 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최근 들어 알코올이나 치매 등으로 장기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수가를 삭감하거나 지급불능 등을 통해 입원 치료해야 할 환자들을 강제로 퇴원토록 유도하고 있다. 오랜 세월 병원을 오가느라 가족들이 없어진 만성정신질환자들은 퇴원을 해도 갈 곳이 없다. 이 환자들은 어느 곳을 가서 생활을 하더라도 평생 투약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가족이든 시설이든 누군가 투약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이 관리가 소홀해지면 병식이 없어지면서 각종 범죄에 노출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앞서 말한 각종 묻지마 사건들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또한 인천의 여학생 사건을 계기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평생을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주기적인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시로 일어나는 이런 사건을 결코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의 조직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정신건강정책 및 정신보건법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정책과에서, 의료급여 정신질환수가제 및 예산은 기초의료보장과에서 관할한다. 이 두 부서는 국·실마저 달라 정책과 예산이 기름에 물돌 듯 협조가 용이치 않으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오는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 역시 다시 손질하여 개정해야 한다. 개정법 통과 당시 환자 당사자와 그 가족,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여론 수렴과정이 완벽하게 생략된 채 정신건강과는 거리가 먼 법안소위에서 여러 명의 의원입법 발의했던 일부개정안과 정부안까지 뒤섞어 대안반영으로 법안을 마련했고 이마저 여론수렴과정 없이 졸속 통과된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누더기법이기 때문이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이 법에 대한 하위법령을 만드느라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그 동안 날밤을 새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더기가 새하얀 솜털로 바뀌지 않는다. 정신질환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이지 인권을 빙자하여 투약 등의 관리도 받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도록 방치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다. 새로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와 잘못된 정책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아울러 잘못된 법을 억지로 통과시킨 국회의원들 역시 잘못된 결과에 대해 책임질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신건강분야의 총체적 난국을 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국가정신건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해야 한다. 지금의 몇 명의 공무원으로 이러한 거대하고 중대한 담론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이런 얘기를 했다. “정신건강정책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현상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표가 너무 없다!” 정신건강분야는 각종 선거에서 표가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신건강에는 표가 없다는 그 의원은 정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보건복지부 역학조사에 의하면, 1년에 단 한번이라도 정신질환에 노출되는 사람이 577만 명이고, 평생에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이 우리나라 인구의 27.6%이고 니코틴과 알코올 장애를 빼도 14.4%로서 성인 6명중 1명이라고 했다. 이중 정신건강전문가를 통하여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비율은 15.3%에 불과하다. 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사람 중 85% 정도가 정신질환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통계다. 하물며 최근들어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대폭 늘어났다. 정신질환자 및 그 가족, 정신건강분야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자신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합하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1/4, 대략 1천만 명의 표가 존재한다. 표가 없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이표를 한데 모으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국민들은 그런 사람을 원한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누가 하든 ‘대통령 직속 국가정신건강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하는 후보가 나온다면 그가 필히 당선될 것으로 확신한다.

□ ’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 결과, 18세 이상 성인 중 최근 1년 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6.0%인 577만 명으로 추정

○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하면 10명 중 1명(전체 인구의 10.2%)꼴이 최근 1년 간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음

* (1년 유병률) ’06년 8.3% → ’11년 10.2% (22.9% 증)

□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 경험 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27.6%로 성인 10명 중에 3명꼴,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하면 14.4%(’06년에는 12.6%)로 성인 6명 중 1명꼴

□ 성인의 15.6%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사고(思考)를 경험하였으며, 3.3%가 자살계획, 3.2%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1년 간 자살시도자는 10만8천여 명으로 추산

□ 평생 정신질환 경험자 중 정신과 전문의, 기타 정신건강전문가를 통한 상담․치료를 받은 비율은 15.3%에 불과, 85% 정도가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남

○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

* 미국 39.2%(’10년), 호주 34.9%(’09년), 뉴질랜드 38.9%(’06년)

<자료출처 : 201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2011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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