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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UN 장애인권리협약과 개정 정신보건법의 인권

UN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협약이며, 총5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6년에 채택되어 2008년 5월에 효력 발생하였고, 2008년 12월 대한민국 국회가 비준 동의함으로써 2009년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국제법으로서 작년 말까지 세계 160개 국가가 가입하였다.

협약에 가입한 나라는 4년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가 그 이행 여부를 심의하고 최종보고서를 제출한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심의와 최종 보고서를 받은바 있다. 이 위원회의 멤버는 18명이며 이력을 보면 사회복지를 전공하거나 인권운동의 전력을 가진 사람들이며 정신과 의사는 물론 타과 의사 한명 없는 기구다. 이 위원회에 정신의학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WNUSP와 같은 NGO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정신장애관련협약조항을 만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정신과적으로 중요한 조항은 제12조 ~ 제17조로서 제목은 다음과 같다.

제 12 조: 법 앞의 동등한 인정

제 13 조: 사법에 대한 접근

제 14 조: 신체의 자유 및 안전

제 15 조: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

제 16 조: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

제 17 조: 개인의 완전함 보호

이 조항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자의 입원이나 치료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제14조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 14 조

신체의 자유 및 안전

1. 당사국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장애인에 대해 다음의 사항을 보장한다.

가. 신체의 자유 및 안전에 관한 권리를 향유한다.

나. 장애인의 자유는 불법적 또는 임의적으로 박탈당하지 아니하고, 자유에 대한 일체의 제한은 법에 합치하여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장애의 존재가 자유의 박탈을 정당화하지 아니한다.

2. 당사국은, 장애인이 어떠한 절차를 통하여 자유를 박탈당하는 경우, 모든 사람과 동등하게 국제인권법에 따라 보장받을 자격이 있고, 합리적인 편의제공을 비롯하여 이 협약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대우받도록 보장한다.

제 14조 1항에서는 장애인의 자유는 불법적 또는 임의적으로 박탈당할 수 없지만 합법적으로는 제한될 수 있으리라 여겨졌고, 현행 정신보건법에서 보듯 장애의 존재만으로는 아니지만 “치료의 필요성이나 자·타해의 요건”을 만족하면 비자의입원이 가능하리라 여겨졌다. 이러한 해석은 2014년에 UN 장애인권리위원회(CRPD)가 협약에 조항에 대한 공식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논평(General comment) 제1호를 내놓으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일반논평 제1호 중에서 제40항과 제42항의 영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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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14 and 25: Liberty, security and consent

40. Respecting the right to legal capacit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on an equal basis with others includes respecting the right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to liberty and security of the person. The denial of the legal capacit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and their detention in institutions against their will, either without their consent or with the consent of a substitute decision-maker, is an ongoing problem. This practice constitutes arbitrary deprivation of liberty and violates articles 12 and 14 of the Convention. States parties must refrain from such practices and establish a mechanism to review cases whereby persons with disabilities have been placed in a residential setting without their specific consent.

 

Articles 15, 16 and 17: Respect for personal integrity and freedom from

torture, violence, exploitation and abuse

 

42. As has been stated by the Committee in several concluding observations, forced treatment by psychiatric and other health and medical professionals is a violation of the right to equal recognition before the law and an infringement of the rights to personal integrity (art. 17); freedom from torture (art. 15); and freedom from violence, exploitation and abuse (art. 16). This practice denies the legal capacity of a person to choose medical treatment and is therefore a violation of article 12 of the Convention. States parties must, instead, respect the legal capacit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to make decisions at all times, including in crisis situations; must ensure that accurate and accessible information is provided about service options and that non-medical approaches are made available; and must provide access to independent support. States parties have an obligation to provide access to support for decisions regarding psychiatric and other medical treatment. Forced treatment is a particular problem for persons with psychosocial, intellectual and other cognitive disabilities. States parties must abolish policies and legislative provisions that allow or perpetrate forced treatment, as it is an ongoing violation found in mental health laws across the globe, despite empirical evidence indicating its lack of effectiveness and the views of people using mental health systems who have experienced deep pain and trauma as a result of forced treatment. The Committee recommends that States parties ensure that decisions relating to a person’s physical or mental integrity can only be taken with the free

and informed consent of the person conce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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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일반논평 제1호 중에서 제40항과 제42항의 내용을 보면,

일반논평 제40항은 장애의 존재가 자유의 박탈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하면서(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 장애인의 동의가 없거나 가족이나 후견인과 같은 다른 대체 의사결정권자의 동의만 가지고서 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자의적인 자유박탈임과 동시에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와 제14조에 위배된다고 하였다(일반논평 제1호 제40항). 그리고 제42항은 정신의학 전문가 또는 건강 및 의료전문가들이 비자의 치료를 하는 것은 개인의 온전성 보호(제17조), 고문(torture)으로부터의 자유(제15조) 및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제16조)에 관한 조항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장애인권리위원회는 강제치료제도는 한 당사자의 의료적 조치에 대한 선택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어서 제12조(법 앞의 평등)에도 위반되므로 이러한 위반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국들이 장애인들이 위급한 상황을 포함하여 모든 상황에서 정확하고 접근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여 장애당사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을 존중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강제치료의 결과 깊은 고통과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견해와 그것이 효용성이 없다는(lack of effectiveness) 실증적 증거(empirical evidence)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정신보건법에서 이러한 위반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강제치료를 허용하는 법과 정책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즉, 후견인에 의한 입원 결정(substitute decision-maker)도 자유박탈이므로 협약 위반이며, 본인의 동의 없는 입원과 강제치료를 철폐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일반 논평에는 WNUSP와 같은 anti-psychiatry NGO의 주장 내용이 녹아들어있다. WNUSP는 의학적 모델의 ‘치료’개념을 부정하고 mental illness 대신에 psychosocial disability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완전한 법적 능력(legal capacity)를 주장하므로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입원과 치료(약물, ECT, 수술 등)는 안 된다고 한다. 또한 후견인제도(guardianship)를 부정하고 의사결정 대리(substituted decision-making) 대신에 의사결정 조력(supported decision-making)을 주장한다. 위의 일반논평 42항의 “empirical evidence indicating its lack of effectiveness”(효과가 없다는 경험적 증거)와 같은 표현에는 정신의학에 대한 이들의 부정적 시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러한 논평이 나오자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단체에서는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조항 폐지를 더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이러한 논리는 이후의 정신보건법 개정과 헌법재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보건복지부도 UN의 CRPD와 WHO에서 강제입원 철폐가 목표라는 것을 은근히 내세우면서 개정 정신보건법의 까다로운 비자의 입원 절차를 변명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국제권고에 맞추어서 인권을 강화하려는데 정신과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UN CRPD와 일반논평에 이어 UN이 모니터링 후 세계 각국에 4년마다 보내는 최종 보고서는 강제입원 폐지를 전 세계의 협약비준국가에 계속 촉구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실제로 강제입원을 폐지한 나라는 없다. 이태리, 스웨덴, 독일, 벨기에 등도 UN CRPD의 최종보고서에서 제12조와 제14조에 근거해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법률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미국은 2012년에 의회의 비준이 거부되었으며, 호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몇몇 나라는 협약을 비준하면서 불명확한 조항에 대해 단서를 달아서 다른 방법이 없을 때에는 정신과 강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일반논평 제1호와 같은 극단적 해석이 나올 조짐을 미리 눈치 챘던 것일까?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CRPD를 비준하면서 다음의 단서를 달았다.

호주는 정신질환 치료를 포함해 안전의 목적과 최후 조치로서 치료가 필요한 곳에서는 사람들의 강제적 지원 또는 치료를 협약이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선언함.

 

Australia further declares its understanding that the Convention allows for compulsory assistance or treatment of persons, including measures taken for the treatment of mental disability, where such treatment is necessary, as a last resort and subject to safeguards

https://treaties.un.org/Pages/ViewDetails.aspx?src=TREATY&mtdsg_no=IV-15&chapter=4&clang=_en#EndDec

 

지금은 각국에서 ‘장애인 권리존중의 국가이미지’ 때문에 UN과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향후 UN에서 무리하게 협약이행 압력을 계속할 경우, CRPD 조항의 비현실적인 목표에 대한 비판이 결국 제기되리라 본다. 정신의학계 등에서도 이 조항에 대한 학술적 문제제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학계가 선제적으로 급하게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UN의 권위를 개정법 홍보에 이용하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개정 정신보건법이 인권을 보호한다고 주장하기에는 워낙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았고 또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지만 개정 정신보건법에 여전히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신건강신문  mh@mental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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