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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통령 직속「국가정신건강위원회」설치하자!-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 3/3일자,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령 시행규칙 입법예고/병원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시스템으로의 전면 개선필요

* 3/13일자 개정 시행된 정신질환 의료급여외래수가 행위별 전환/정신의료기관, 촉탁의사 진료공백 우려

 

홍상표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지난 2월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된 개정 정신보건법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 정신질환자 가족이 주장했다. “오는 5월 30일 시행되는 개정 정신보건법을 보면, 개정법 이름에 복지(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이하 개정법)가 추가되었는데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복지가 현행법에서보다는 좀 더 향상이 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 겁니까? 정신보건센터가 → 정신건강증진센터 →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바뀌고,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이 → 정신재활센터 등으로 명칭이 변경된다는데 그렇다면 편견해소, 인식개선이 되는 겁니까?”

 

우리나라 정신건강정책에 대한 현주소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발언으로서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절규이다. 실제로 국가예산은 물론 사회적 인식개선이나 정책개선이 뒤따르지 못하고 인프라 구축도 미흡한 상황에서 각종 법 개정을 통해 각종 정책의 명칭만 바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2016년 5월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3월 3일 하위법령이 입법예고 되면서 법 시행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개정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개정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경정신의학회와 봉직의협회 등에서는 개정법 제43조제2항에서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과 자·타해 위험 등 두 가지 요소가 다 충족돼야 한다는 and 조항과 제43조제6항의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전문의 2명 진단에서 민간병원으로의 확대는 공공성을 요구하는 법 취지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문의 왕진 진단 시 정신질환 의료급여 차등수가제에서 등급하락 문제 등의 걸림돌, 국립정신병원에서의 공중보건의 확대 확충으로 교차진단에 투입할 것이라는 논란, 그리고 정신과 의사 서로를 시험을 해야 된다는 자존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쟁점으로 부상했다.

 

또한 정신과 의사와 정신의료기관들이 힘들어하는 이유에는 정신질환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10일 정신질환 의료급여수가에 대해 9년 만에 4.4%를 인상했다고 밝히고 곧장 3월 13일부터 개정된 ‘의료급여수가 기준 및 일반기준’의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초기입원수가를 높이고 초기 1~3개월 입원수가를 약 8.5% 인상하고 3~6개월, 6~12개월 , 12개월 이상으로 갈수록 차감 폭을 크게 함으로서 즉 장기입원환자에 대한 탈원화를 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에서 외래입원수가를 행위별수가제로 변경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의 질 행상을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반면, 정신과 의사 및 시설 촉탁의,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등에서는 외래진료에 대한 공백이 이미 공황상태로 접어들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정신과 외래진료 환자의 특성은 한 달에 한 두변 외래 진료를 하고 15일치 또는 30일치씩 약을 받아간다. 의사와 병원은 환자를 한 달에 한두 번 대면진료하고 받는 진료비는 2만원/월 정도일 뿐이다. 약값 실거래제도 때문에 약 처방으로는 수익을 낼 수가 없다. 환자진료에 대한 수익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거기다가 시설 촉탁의사는 요양시설로 왕진 진료를 가봤자 수익이 거의 없어져 촉탁의 지정을 철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적절한 보상없이 적절한 진료는 없다.” 는 말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개선 이전 진료현장의 많은 의견을 청취하여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작금 개정법 시행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고, 정신질환 의료급여 수가제 개선과 관련하여 불거져 나오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크게 걱정이 된다. 무시로 나오는 사무장병원, 브로커병원, 회전문병원 등에 대한 뉴스들을 보면 이러한 수가체계의 맹점을 이용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수가 개정 역시 초기입원수가를 대폭 인상했다. 이렇게 되면 병원들은 경영압박을 벗어나고자 운영기조를 초기입원환자 위주로 바꿀 것이고, 회전문을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와 사무장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칠 것이다. 양심껏 환자를 돌보느라 입원기간이 길어진 곳은 바보가 되고, 입원 3개월이 넘지 않도록 환자를 잘 관리하는 곳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재입원 합산기간인 30일 동안 가 있어야 할 불법기도원이나 미인가 시설들도 여러 개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초기입원 집중에 따른 예산폭증이라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OECD가 지적하는 장기입원일수 1위의 낙인을 벗어나기에는 예상치 않은 예산증폭이라는 아픔이 뒤따를 것이 분명하고, WHO가 개정법의 인권을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유없는 수가차별은 OECD나 UN협약이나 WHO 등 하나같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관들인지 정말 아리송하다.

 

개정법 역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예전에 없던 법조항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정신과 의사들 몫이라며 죄없는 범죄자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말 경기북부지역 정신병원들에 대한 검찰수사에 이어 53명의 정신과 의사와 병원장을 무더기 기소한 바 있는데 이 사건 역시 환자의 인권에 대한 잣대를 과도하게 들이댄 잘못된 수사라는 비판이 높아왔다. 이에 학회는 정신과 의사의 죄 없는 범죄자 양산을 우려 개정법의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면서 보건복지부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개정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복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질병의 치료는 보이지 않는다. 질병의 급성, 중증, 증상 등의 여부는 생략하고 입원치료의 절차만을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시설이용 등 각종 혜택에 대해 정신보건법으로의 위임을 하고 있는데 정작 개정법에서는 위임사항과 관련하여 단어 한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환자 당사자의 질병치료와 이를 감당해야 하는 그 가족들의 고통해소에 대해서도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정신질환은 인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치료와 투약이 필요한 질병이다. 가족들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가족을 데리고 병을 치료하고자 병원에 가는 것이지 병원에 가둬놓고 인권을 침해하고자 가는 것이 아니다. 의사의 진단을 불신한 나머지 의사 서로 간의 교차진단으로 사람의 양심을 시험하게 만들고, 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를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들어 얻게 될 이익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이라면, 정작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이 입원치료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나타날 질병악화와 불신과 증오의 반사이익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 걸 것인가? 잘못 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것이 의사들이 개정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는 이유이자 개정법이 재개정되어야 하는 이유의 본질이다.

 

정신보건법의 체계가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아주 쉬운 정신보건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정신병원(입원치료 후 퇴원) → 사회복귀시설(퇴원 시 가족에게 인계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기본적인 사회생활 훈련/15일 정도) → 직업재활시설(조리사, 제빵사, 목공 등 기능훈련/숙식 시설제공) → 사회생활(식당, 제빵제과점, 가구공장 등에 근무하며 직업재활/실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식당과 제과점을 운영함) 순서의 기본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의 중심에는 정신병원과 의사가 있다. 퇴원한 환자가 이 시스템에 따라 이동을 하는 동안 각 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진료와 투약, 처방 등을 신속하게 지원함으로써 질병의 재발을 방지하고 지역사회와의 교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관련시설들이 많이 있으나 상호 연계는커녕 기름에 물 돌듯 각자 따로 길을 가고 있다. 환자들도 법에 따라 ‘즉시 퇴원’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개정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본과 같은 바로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5월 30일, 개정법 시행 즉시 환자와 함께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입원진단을 받으러 다니느라 힘들어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연상하면 정말 가슴이 아리다. 정작 급히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런 저런 법 조항에 가로막혀 병이 깊어지고 만성화 되고 병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련의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이건 누구의 책임인가. 개정법의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이 기존 법의 취지를 넘어설 수는 없다. 하지만 시행령 시행규칙의 부칙 등을 보면 아슬아슬한 부분이 들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임시처방으로는 또 다른 문제만 양산 할 것이 분명하다.

 

탄핵정국에 이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정책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누가 공약을 내 걸든 “대통령 직속 「국가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러한 정신건강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라는 공약을 하는 후보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길만이 지름길이다.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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