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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은 법이 아니다!”-- 5월 30일 시행 정신건강복지법(이하 개정법), 전면 재개정 필요- 현실에 맞는 법조항으로 재 축조한 후 일정기간 재논의 거쳐야

 

홍 상 표 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의 문화융성을 꾀하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민주정치에 대한 자신의 이념을 강조했다. 같은 시기, 책 한권 남기지 않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산파술(産婆術), 즉 많이 배우고 공부하여 대화의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상대방을 의식의 차원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면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자신의 이념을 설파했다. 그는 페리클레스의 문화적 민주적 통치와는 반대로 아테네의 통치방식은 아는 것이 많은 소수의 귀족이 통치하는 철인정치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이념을 주장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법과 도덕을 지혜와 진리의 상징으로 생각한 반면, 소크라테스는 정신적 열망과 덕을 진정한 지혜와 영혼의 향상으로 보았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을 혼란하게 하고 새로운 신을 섬기게 했다는 죄목으로 독배의 형을 선고받는다. 20세기 초 일본의 법 철학자 오카다 도오모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것은 실정법을 존중한 것이며 따라서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실정법주의’ 저서에 기술했다. 고대 로마에도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법률 격언이 있고, 2세기경 로마 법률가 도미티우스 울피아누스는 “이것은 진실로 지나치게 심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기록된 법이다.”라고 쓴 바 있다. 이 사례들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의 유래들이다.

얼마 전 국회 도서관에서 개정 정신보건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정신질환자와 환자가족, 정신과 전문의 등의 전문가, 병원관계자, 사회복지 전문가, 기자, 제약사 등 정신건강분야를 대표하는 많은 관계자들이 비좁은 토론회장에 몰려드는 바람에 절반가량의 인원이 토론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토론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마이크소리에 의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개정법의 시행방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참석자들의 각 입장에 따른 이면에 “악법이 법이냐?”, “악법도 법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조직적으로 토론회를 방해하러 온 듯 몇 명의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여기 의사들이 우리 환자들을 십년 이십년 감옥소에 가두었다. 그걸 없애자는데 왜 개정법을 다시 개정하자는 거냐 재개정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구동성 잘못된 법이니 다시 재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어느 환자 가족은 “30년 동안 정신질환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며 돌보느라 심신이 다 지쳤다. 법이 개정됐다는데 환자나 우리같은 가족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정신장애인 가족 대표는 환자가족과 의사들도 인권이 있는데 개정법에서는 의사와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양 교차진단이니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니 예전에 없던 조문과 조직을 만들어 정신질환자의 진료 관한 책임을 가족과 의사와 민간병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개정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전 글에서 法이란 물수氵갈거去의 조합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 법은 물 흐르듯 자연적이고 현실에 맞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개정법은 관계자들이 어느 위치에 서있는가에 따라 악법이 되기도 하고 선한 법이 되기도 한다. 물이 필요한 쪽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쪽으로 흘러간다면 악법의 소지가 크다. 개정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 쪽으로만 쏠려 형평을 잃고 있다. 정신질환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이다. 발병을 하면 자해·타해 위험이 생기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폐쇄병동이 필수다. 인권팔이들에게 폐쇄병동은 인권침해의 온상으로, 환자 당사자들은 감옥소로, 의사와 가족들은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의사와 가족이 공통적으로 필요한 폐쇄병동이기 때문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강제입원이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곧 의사와 가족이 묵시적인 담합으로 환자를 폐쇄병동에 입원시켜 가둠으로써 강제입원이 성립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라는 결정도 나왔다. 여기에 일부 환자 당사자와 법 개정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은 크게 환호하기도 했지만 가족과 의사는 환자를 부당하게 폐쇄병동에 가두어버린 범죄자가 된 듯 부끄러움과 억울함에 몸서리를 쳐야했다.

헌법불합치는 법을 다시 고쳐서 앞으로 강제입원이 없도록 하라는 것인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조항은 개정법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만 입원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하여 입원치료를 방해함으로써 헌법불합치에 대한 이행을 대신하는 것으로 주장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조건이 그대로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일부 관계자들은 개정법을 재개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복지부 관계자의 토론발표 역시 헌법불합치에 대한 해소를 개정법에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법은 정부가 만든 법이 아니다.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여러 명의 일부개정안, 정부안, 제정안 등 수많은 개정안에서 관련조항만 발췌하여 만든 대안반영된 법이다. 대안반영 법은 필히 일정기간 의견수렴기간을 거친 후 본회에 상정될 수 있도록 국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수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만든 법이 악법으로 간다면 법 시행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의견을 수렴하여 관계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는 법으로 다시 가다듬는 것이 순서다.

이번 개정법 역시 서둘러 시행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금이라도 환자 당사자, 가족, 의사, 복지, 지역사회 등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서로 합의가 될 때까지 열띤 토론을 거쳐 가다듬은 후 모두에게 유익한 법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악법이 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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