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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를 가다 4- 연중기획(연재)정신장애인이 행복한 나라_핀란드 ④-환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신보건의료서비스

자율이라는 격려 속에서 운영되는 헬싱키 클럽하우스

올해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 선진적인 비젼 담아내주길

 

가나병원 윤형곤원장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부회장)

핀란드 보건의료제도는 원활한 재정지원과 건강증진 활동, 사민당의 일관된 국가정책, 높은 의료서비스 기준, 정부기관 및 다양한 사회 부문과 지방정부 단위의 협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관료제로 인한 비용 상승과 효율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존 보건의료제도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핀란드는 지방분권화 되어있는 보건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였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먼저 320개 지방자치 단위를 5개 지역구로 통합하여 관리하겠다는 지방정부 구조개혁(Reform in Local Goverment Structures) 전략을 내세웠다. 본 전략에 맞춰 핀란드는 5개 대학을 중심으로 5개의 새로운 지역구를 출범하여 의료서비스를 통합하고, 의료수준을 표준화하도록 하여 복지비용을 감소하면서 관료화된 복지제도를 극복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 및 사회복지 개혁(Health and Social Care Reform) 안에서 민간기관이 의료서비스 공급권한을 갖도록 하여 환자의 의료서비스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핀란드 연도별 환자 현황_2006년부터 입원환자가 줄고 외래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정신보건에 대한 사회의료보장은 시정부가 주도적으로 관할하면서(2019년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 주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영 계획. 공공기관과 민간기관간 경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 예정) 시정부가 정신보건의료서비스 1차 개입을 주도적으로 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데 주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 특화된 의료서비스나 입원서비스는 시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제공하고 있고, 민간 정신과 의원은 외래환자 의료서비스를 주로 맡고 있다. 그리고 퇴원 후 서비스는 정신서비스홈(psychiatric service home)과 같은 복지기관에서 맡고 있다.

<정신병원 환자수, 정신서비스홈 거주자수, 그리고 서비스홈 수>

의료서비스는 환자 선택권을 중시하여 자발적으로 모바일 치료, 자택방문 등 환자가 원하는 서비스와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사의 관리가 필요한 비자발적 입원의 경우에는 자·타해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첫 번째 정신과 의사가 4일 동안 경과를 보고 입원 결정을 내리게 되면, 두번째 정신과 의사가 4일 동안 입원 결정에 대한 감독 후 진단서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정신과 의사가 최종 입원결정을 한다. 입원 결정에 대해 법원에 이의 제기를 할 동안에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고, 입원이 결정되고 3개월 후 계속입원이 적합한지 심사한다.

헬싱키에는 정신병원이 Auro병원과 헬싱키대 의과대학 정신병원(Helsingin Ja Uudenmaan Sairaanhoitopiiri, HUS병원)에 있는데, 대개 정신병원은 병원 부설로 운영하기 때문에 거리가 외진 곳에 떨어져 있어 기능 교류가 힘들다고 한다. 이에 두 병원의 정신과는 장기적으로 기능적으로 유사한 진료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10월 21일 HUS병원을 방문하였다. HUS는 수도권 남부지역 24개 시정부 시민(인구 160만명)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으며, 연간 230만 명의 환자 진료를 하면서 매년 약 20억 유로의 수익을 올리는 병원이라고 한다.

HUS 정신병원에는 1,8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의사는 13%, 간호사는 22%, 그 외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구성), 종합병원으로서 치료와 연구를 동시에 하고 있다. HUS 정신병원은 연간 1억 4천만 유로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2만 5천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환자 중 11%가 입원환자이다. HUS는 600 병상을 400 병상으로 줄이는 대신 인력과 시설을 외래서비스로 전환하였고 전문인력을 외래로 이동배치하여 외래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그리고 불필요한 입원기간을 줄이기 위해 의사들이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특히 의사 방문 때 개별방문보다는 그룹방문을 실시하기 때문에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고 한다.
 

                                     <HUS 정신병원 병동과 격리치료실>

핀란드 정신병원은 단계별로 특화된 치유방법들을 실시한다. 가식 없는 사우나 문화에서 왔는지 환자와 환자가족, 진료진 그리고 재활에 성공한 다른 환자들 간의 관계가 아주 긴밀하고 상호의존적이었다. HUS는 편집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SCIT(Social Cognition Interaction Therapy)를 이스라엘로부터 도입하여 진행하고 있었으며, 개방병동을 활용하는 CPA(Care Programme Approach)도 실시하고 있다. 그 외 가정방문, 가족치료 등 여러 치료법을 개발하고 많은 효과도 보고 있다고 한다.

<HUS 정신병원에서 Tullatk 법정심리학 총괄책임자의 설명 모습>

특히 가정방문치료는 200유로(약 24만원)라는 비싼 비용에도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시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한 저렴한 원격치료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정신분열증과 양극성장애 환자의 경우 사회에 복귀하여 원격진료를 받는데 한계가 있지 않는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에 원격진료를 하면서 진료진의 가정방문도 적절히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여 위기발생시 즉각 개입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온라인 정신보건의료서비스 포탈 사이트>

우리 일정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헬싱키 클럽하우스였다. 시차 적응의 배려 없는 강행군으로 마지막 일정은 약간 비몽사몽 상태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선뜻 들어선 클럽하우스의 내부 시설이 너무나도 잘 갖추어져 있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클럽하우스는 1948년 뉴욕 어느 정신병원 입원환자와 입원경험이 있는 환자가 비공식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Fountain House에서 시작하여 현재 전세계에 400여 곳이 설립되었다. 클럽하우스는 서비스나 치료 프로그램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 재활을 지원하면서 치유의 만족을 함께 느끼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는 정신장애인의 수준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맞추어 기대수준을 가지며, 강의와 치료 위주로 이루어지는 기존 지역사회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다. 클럽하우스는 회원과 직원이 함께 교육하고 공동 작업을 하면서 상호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을 재활의 핵심으로 본다.

“정신질환자”, “클라이언트”, “장애인”, “소비자” 등은 사회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용어이며, 사회적 낙인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클럽하우스는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참여자라는 인격체로서 존중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회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독려해줄 수 있는 슈퍼바이저(클럽하우스 표현으로 Key staff person)를 선택하여 도움을 구하고, 슈퍼바이저와 함께 클럽하우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자유롭게 주간활동을 계획하고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등 사회의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한다.

<헬싱키 클럽하우스 소개 시간>

핀란드에는 총 25개의 클럽하우스가 있고, 첫 클럽하우스는 1995년 설립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헬싱키 클럽하우스는 1997년 설립되었다고 한다. 안내를 맡은 동료지원가 Marjukka Mikkor씨는 왠지 산타클로스의 후손일 것 같은 인상이었고 왠지 클럽하우스에 있는 연필 개수까지 다 알려주고 싶어 하는 열정을 가진 분이었다. 핀란드 클럽하우스는 비정부기구(NGO)로 분류되어 슬롯머신협회로부터 50%, 시정부로부터 50%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회원은 100% 운영에 참가한다고 하였다. 현재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원봉사자와 6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율이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헬싱키 클럽하우스 상담 및 업무 공간>

헬싱키 클럽하우스는 공식 일정 외에도 저녁, 주말 그리고 공휴일에도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품위 있는 주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결석한 회원은 직접 방문하여 재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긍정적인 격려를 계속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학위나 증명서 취득을 원하면 학습 스킬을 갖출 수 있도록 하면서 폴리테크닉 대학, 평생교육원 그리고 정규 대학에 입학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많은 활동들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원칙은 오픈 토론회를 열고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식당, 까페, 제과제빵 재활 시설>

클럽하우스가 의미 있는 조직이 되어가는 것을 알게 되면서 Mikkor씨가 왜 저렇게도 열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Mikkor씨가 유달리 강조하는 것은 직업재활 프로그램이었다. 클럽하우스 직원 9명은 취업회원의 선발, 훈련 및 증상 확인 등을 하면서 취업계획을 도표로 게시하여 취업희망자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잠재력을 북돋아 준다. 고용은 지역사회 업체를 지원하는 전환 고용, 취업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될 때 지원하는 지원 고용, 그리고 회원이 직접 지원하여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독립 고용 등 여러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취업희망자 도표를 설명해 주는 Mikkor씨>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인상적인 것은 취업 도중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회원을 교체하기보다는 고용주,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함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산업체 섭외 때 정신질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고용관계를 이루었기 때문에 산업체에서도 문제 상황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으며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직원의 업무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고 하였다. 특히 SAK(핀란드 노동조합)와 UPM, KIRKKO, ORTON, HELSINGSSA와 같은 핀란드 대기업의 조합과 연합하여 5개월간 파트 타임으로 취업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은 참으로 고무적으로 보였다.

<헬싱키 클럽하우스에서 단체사진>

이제 기관방문 연수는 끝이 나고 마무리 시간이 왔다. 어느 국가와 마찬가지겠지만 정부와 민간기관 사이에는 어느 정도 간극이 있기 마련이고, 선진복지국가일수록 이 간극을 좁혀주는 협회나 기관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 FCAMH, FAMH 등 NGO는 시민의식을 갖고 국가와 민간기관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THL을 방문하면서 국가가 정신보건체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HUS와 헬싱키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정신장애인이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사회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7년 5월을 기해서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법이 핀란드와 같은 선진보건의료체계의 비젼을 충분히 담아내 주리라 기대하면서 핀란드 기사는 마친다. 

한국정신건강신문  mh@mental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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