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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일단 유예…한일 '경색' 풀긴 쉽지 않아

23일 오전 0시로 예정돼 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한국 정부 결정에 따라 일단 '유예'됐다.

당사국인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도 '엄중한 동북아시아 안보상황'과 '한미일 3국 간 공조'를 이유로 한국에 '지소미아 유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을 촉발시켰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특히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혜택을 부여하는 우방국(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조치는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한일 간 경색국면이 당장 해소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양국 간엔 지소미아 외에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다양한 과제가 얽혀 있어 한국의 이번 조치는 표면화된 갈등을 '임시 봉합'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日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못 바꾼다" 끝까지 고수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 측에 "'화이트국가 제외' 등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할 경우 지소미아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이날 지소미아 종료가 유예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란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와 안보'라는 서로 관련이 없는 문제를 하나로 엮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국 간 경제 문제에 안보를 끌어들인 건 사실 일본이 먼저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 전인 7월 초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부터 "대상 품목은 군사적 전용이 가능하다"며 안보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여당 인사들은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국=믿을 수 없는 나라'란 낙인찍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으나 국내 여론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공적연금 보장성 논란과 10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우려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7월21일 참의원(상원)선거에서 승리한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를 불러온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는 일본 기업들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관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이들 사안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한국의 징용 관련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측의 '부적절한' 사안 때문에 취했다" "한국이 안보상황을 오판해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는 식으로 한국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다.

◇美 "지소미아 종료되면 北·中만 이득" 공개 압박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의 직접 당사국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지소미아를 비롯한 일련의 한일 간 현안을 놓고 이른바 '재팬핸즈'(지일파)로 분류되는 일부 미 정부 인사들은 마치 일본 편에 선 듯한 태도를 보여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본발(發) 수출규제' 논란이 한창이던 8월2일 태국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한일 양국 모두에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과 20일 뒤 한국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 결정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에 실망했다"고 밝혔고, 다른 당국자들로부터도 "한국에 대한 깊은 우려와 실망"이란 표현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통해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실망 표시는 양국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오히려 미국 측에선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는 게 가장 유익하다"(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8월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는 주장이 나오는 등 한국에 대한 '공개 압박'이 거세졌다.

최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또한 "한일 지소미아 종료는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일 지소미아, 미-일 '전략적' 이해관계가 만든 산물

한일 지소미아는 2010년 일본 측 제안에 따라 협의가 시작돼 2012년에 가서명 단계에 이르렀었지만 곧바로 '밀실 추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체결이 무산됐다. 그러다 2016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지소미아가 재추진됐고 그해 11월 공식 체결·발효됐다.

한일 지소미아는 1980년대 한국 측에서 먼저 체결을 제안한 적도 있지만 당시엔 일본에서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한일 지소미아 논의가 2000년대 들어 다시 시작될 수 있었던 건 미국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북한의 핵 개발, 그리고 중국의 부상 등으로 지역 정세가 급변하면서 미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상원은 21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한일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킨다'고 통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 관련 대응을 위해 한일, 한미일의 연대·협력은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동안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일본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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