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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세 모녀 자살 사건의 세 번째 반복

 

홍시라 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방송 ANN
임상심리사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과 딸의 친구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어머니와 딸, 딸의 친구, 아들은 모두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쓴 유서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 문제를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 어머니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가장으로서 아이를 기르며 생활했는데, 현재는 뚜렷한 직장도 없이 자녀를 기르는 상태였다고 한다.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자살은 11월에만 세 번째 사건이다. 지난 6일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부자(父子)가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졌으며, 2일에는 성북구 다가구 주택에서 네 모녀(母女)가 숨진 뒤 한 달이 지나서 발견됐다.

 

양주에서 숨진 부자는 고가다리 아래 주차된 차량에서 발견되었는데 아버지와 그의 6세, 4세 된 아들 2명이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됐다. 외상이나 타살 흔적은 없었으며 차량에는 번개탄으로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사망 전 친척들에게 “미안하다”, “애들 엄마 좀 부탁한다” 등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역시 생활고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었다.

 

2일에 발생한 사건은 더욱 충격이었다. 서울 성북구의 다세대 주택에서 3명의 시신이 한 달 동안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숨진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3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타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자살로 추정됐다. 네 모녀는 2016년부터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의 성북구 다세대 주택에 거주해왔는데 최근 2∼3개월간 월세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택 우편물 중에 채무 이행 통지서, 이자 지연 명세서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네 모녀가 생전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왜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을까? 바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의하면 건강보험료와 전기, 도시가스 등이 3개월 체납될 경우 복지부와 지자체에 통보된다. 당시 이들 모녀는 건강보험료는 3개월 체납된 상태였고 전기, 도시가스 요금은 2개월 체납 상태였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체납기준은 올 초에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상태로 정책이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한 격월로 진행하는 체납파악 등 각종 절차로 인해 사실상 위기가구 파악은 몇 개월이 추가적으로 걸린다.

 

이처럼 경제적 문제로 인한 일가족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 2014년 제정된 ‘세 모녀 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모녀 법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줄이고자 생긴 개정법으로 일가족 자살 사건으로 인해 제정되었다.

 

당시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세 모녀는 생활고로 고생하다 2014년 2월 방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동반자살을 했다. 지하 셋방에서 살던 세 모녀는 질병을 앓고 있었고 수입도 없는 상태였으나 국가와 자치단체가 구축한 어떤 사회보장체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2014년 2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정부에서는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및 「긴급복지 지원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 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을 2014년 12월 30일 개정했고, 6개월 뒤인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줄여 이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세 모녀 사건 이후로 4년이 흐른 현재, 한 달 동안 일가족 자살 사건만 세 번 반복됐다. 당시 제정된 복지 법안들이 모두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법안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도 효용성이 없었다. 사회보장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대상자는 약 20만 명이었지만 실제 복지까지 연계된 인원은 7만 8,000여 명에 불과했다. 서비스를 받지 못한 인원이 12만에 이르렀다.

 

복지사각지대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일가족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조사한 ‘2018년 자살원인별 자살현황’을 살펴보면 25.7%가 경제생활 문제로 자살했다고 한다. 31.6%를 차지한 정신과적 문제 바로 다음이다. 경제문제, 정신과적 문제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지금도 빈곤과 우울의 늪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많고 이들 역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위태로울 것이다. 2018년 기준 국민총생산 세계 10위 순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해결법은 단순하지 않다. 세 모녀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법과 시행, 지역사회, 개인 모두 톱니바퀴가 맞아야 해결의 실마리가 돌아갈 것이다. 정부에서는 법을 점검 및 개정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 등을 선발하여 소통의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개인과 가족은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서로 심적인 지지를 주고받으며, 더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알아봐야 할 것이다. 모두의 노력 하에 빈곤으로 인한 자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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