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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조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가

홍 시 라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방송ANN

반(反)영웅 영화 ‘조커(Joker)’가 10월 2일 개봉 한 뒤 국내 500만 관객에 육박하는 등 연일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조커는 20일까지 글로벌 흥행수입 7억 3750만 달러(8643억원)를 기록했으며, 최대 9억 달러(1조 548억원)까지 흥행수입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커’는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아닌 반(反)영웅 영화로 미국에서는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로 경찰 경계령까지 선포됐다. 어떻게 보면 그저 범죄영화에 불과한 이 영화가 이토록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조커와 조커를 추종하는 젊은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기득권층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모습을 납득할 수 있게끔 설득력 있게 극을 진행한다.

영화 속 조커는 아무 때나 웃음이 터져나오고 참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다. 그런 조커의 꿈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또 먹고 살기 위해,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조커는 현실적으로 ‘광대’ 일을 선택한다. 그러나 광대에게 돌아오는 것은 웃음이 아닌, ‘비웃음’이었다. 어느날 광대 분장을 하고 집으로 가던 조커는 지하철에서 한 여성을 괴롭히는 남성 세 명을 발견한다. 여성을 도와주려던 조커는 세 남성을 총으로 쏘아 죽이게 된다. 그가 쏘아 죽인 남성들은 사회 기득권층이었고, 이 사건이 뉴스에 나오자 사람들은 그 광대는 살인자가 아니라 ‘영웅’이라 칭송하며 광대 분장을 하고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커는 자신의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이 어린시절 당한 폭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사회 기득권층 남성에게는 버림받는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겪은 조커는 “인생에서 단 1분도 행복했던 적이 없다”며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을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킨 유명 코미디언까지 생방송 중에 쏘아 죽이게 된다. 생방송 살인사건 이후 영화 속 배경인 고담시 거리는 폭도들이 장악하고 사회 기득권층을 폭행하고 죽인다. 이 상황에서 경찰서로 연행되던 조커는 거리의 폭도들에게 구해지고 찬양을 받고, 히어로 ‘조커’가 탄생하게 된다.

조커는 이처럼 기득권층과는 거리가 먼, 사회 가장 하층민의 삶을 살았지만 기득권층을 쏘아 죽였다는 이유로 찬사를 받는다. 조커가 저지른 것은 살인 범죄이지만 영화 속 폭도들과 영화 밖의 관객들은 조커에게 공감하고 대리만족을 한다. 실제로 영화 관람 후기에도 시대를 반영한 영화라며 조커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사실 치료를 받아야 할 복합적인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틱 장애’, 자신이 마치 위대한 인물이 된 듯 느끼는 ‘조증’, 단 1분도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느끼는 ‘우울증’, 옆집 여성과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망상장애’, 사회에 분노하여 반사회적 범죄행위를 행하는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 조커는 사실상 정신적으로 치유가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누군가 마음을 어루만져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정신장애를 지녔다는 것과 사회적·경제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이 범죄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실제 현실 속에서도 정신장애나 사회적 소외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조금씩 성실하게 일궈나간다.

사람들 모두는 제각각의 아픔과 분노를 지니고 있다.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상처를 주었다’고 반성하는 사람은 적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존재하는 꼴이다. 모두가 이러한 아픔을 사회 탓을 하며 정당화한다면 조커 영화 속 배경처럼 서로 죽이고 분노만 남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보다 무서운 것은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인식하고 아무런 발전과 노력 없이 ‘남 탓’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구렁텅이로 넣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정신장애가 있다면 스스로와 가족이 함께 치료에 나서야하며,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커가 겪은 사회적 소외, 정신장애, 경제적 어려움 이러한 이유들이 면죄부가 될 수 있는지, 그를 ‘히어로’라고 찬양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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