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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은 비극의 씨앗이다

김 헌 태 대표

한국정신건강신문

야외 공원 벤치 위에 등나무와 칡이 서로 엉켜있는 덩굴 아래에서 더위를 식혔던 기억이 있다. 유독 대학캠퍼스에서 이런 휴식공간이 많다. 그늘을 제공하는 이 등나무와 칡의 엉킨 덩굴은 그 자체로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될 것이다. 시원한 휴식을 제공하던 자리가 그야말로 ‘갈등’이라는 사실이 묘한 느낌까지 던져준다. 이런 '갈등'을 풀이하는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참 재미가 있다. 현상을 표현하는 언어로서는 물론이고 그 상징적인 함축성이 어쩌면 그렇게 한마디로 명쾌하게 그려내는지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백과사전의 정의를 보면 ‘갈등(葛藤)’은 의지를 지닌 두 성격의 대립 현상이며, 그 성질에 따라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크게 나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해서 '분쟁(紛爭)'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거나 또는 그런 상태로 정의한다. ​'갈등(葛藤)'의 한자어는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 이다. 두 식물 다 덩굴식물인데,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반대이다.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한다. 칡이나 등나무는 같은 콩과 식물로 다른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사회현상이나 인간내면의 혼돈스런 모습을 빗대어 ‘갈등’이란 용어로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갈등’이란 용어를 다시금 살펴보는 이유는 바로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 두 글자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갈등의 사회는 늘 존재해 왔다. 그런 갈등 속에서 발전과 화합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왔다. 그러나 극한대립과 끝없는 증오 그리고 아집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뒤얽혀 칭칭 감고 마이 웨이만 한다면 갈등은 자칫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좌우, 진보와 보수 논리로 이분법 사회로 치닫고 있다. 중도나 중용은 이 두 이념의 격돌로 인하여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이 사회혼돈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 불고 있는 친일이냐 반일이냐, 친미나 반미냐를 놓고도 뿌리 깊은 이념의 대립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8월 15일 수도한복판인 광화문에서 이런 모습의 현장을 목도했다. 한쪽에서는 성조기를 들고 한미동맹을 외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갈등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극한대립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렇게 극단적인 갈등이 내재하고 있었는지 무서울 정도이다.

요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 대기업들은 일본제 소재부품의 수출규제 적용으로 관련 제품을 구하지 못하면 제품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국산화단계가 아니어서 소재에 따라 5년 이상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대만, 중국 등을 기웃거리며 소재부품의 우회조달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하니까 일제 물건을 불매운동을 하면서도 수출규제를 풀라며 타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앞뒤가 좀 안 맞다. 틈만 나면 망발로 국민들의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은 일본인 줄 벌써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는 점에서 일단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만심을 하며 타성에 젖어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지 못해 앉아서 당하는 형국이다. 국민들도 이런 정도로 수입의존도가 심각한 줄은 몰랐다. 한·일간의 갈등도 감정적인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혐오감과 증오심을 증폭시키며 마치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자칫 상처뿐인 영광만 있을 수 있다. 분명 이 갈등은 정치적이자 외교적인 차원에서 냉철하게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문제이다.

요즘 홍콩사태가 심상치 않다. 홍콩의 시위가 촉발된 것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원인이다. 홍콩 정부가 지난 3월 말부터 추진한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인들이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시위는 지난 3월 100만 명이 모였던 시위에서 지금까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의 공항점거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중국의 무력진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홍콩의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홍콩 국제공항 점거 농성을 테러로 규정지은 상태로 차곡차곡 명분을 쌓아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 10분이면 투입 가능한 선전에 무장한 수천 명의 무장경찰들을 대기시킨 상태다. 시위가 폭력 충돌로 치달을 경우 무력진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홍콩의 시위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갈등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무력진압이 시도될 경우 홍콩 사태로 인한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홍콩민주화의 길이 험로임이 분명하다. 갈등이 빚은 비극적 사태가 자못 우려되는 상황이다.

작금의 갈등 가운데 가장 백미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다. 무역갈등이자 무역분쟁이 아예 전쟁으로 표현되고 있다. 물론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뇌관으로 지목됐던 10% 추가관세 조치가 연기되어 다소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이 3천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을 9월 1일에서 12월 15일로 3개월 이상 연기한 것이다. 미국은 무조건 미국의 요구조건을 모두 중국이 수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중국 측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이어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이제는 환율전쟁으로 비화했다.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환율조작국이란 미국이 2015년 재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4월,10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 나오는 것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1년의 기한 동안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기업들의 투자제한, 해당 국가 기업의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IMF를 통한 압박 등의 제재가 가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양국의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은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대립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주고 있지만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양국의 갈등으로 새우등 터지는 나라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갈등, 안보갈등, 경제갈등, 인사갈등, 이념갈등 등 많은 갈등 들이 산재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매우 크다. 정치적 갈등이 대립과 증오심을 부추기며 온 나라를 바람 잘 날 없게 만들고 있다. 경제갈등은 더욱 심하다. 경제가 어렵다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하고 있으니 도대체가 종을 잡을 수 없다. 시중에는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이 넘쳐나고 텅 빈 가게들이 늘어나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부딪히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7월 취업자가 29만 9천명이 증가하여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실업자도 5만 8천명이 늘어 무려 109만 명의 실업자가 나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3.9%로 7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제지표의 갈등구조를 보게 된다. 이렇듯 구석구석에서 갈등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갈등은 비극의 씨앗이다. 사회갈등과 이념갈등이 뒤엉키는 사회적 혼란은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대립과 반목을 멈추고 화합과 협력으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평화와 안녕을 이룩하는 길은 정신을 바로 세우는 내적 갈등의 치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정신이 바로 서야 나라는 물론 국제질서도 바로 선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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