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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등급제 폐지와 활동보조서비스 허상행정-31년 만에 장애인정책 변경, 앞을 보는 지자체 열린 행정 절실-

김 헌 태 대표

한국정신건강신문

정부는 지난 6월 25일 31년 만에 장애인정책이 바꾸게 됐다며 야심찬 정책을 발표했다.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주요 골자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로의 전환은 장애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31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장애인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장애인의 욕구·환경을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19~’23)」,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18~’22)‘에 따라 추진 중인 장애인 정책이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와 접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이 과정에서 정책 당사자인 장애인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과 소통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는 1988년 의학적 심사에 기반을 두어1~6급의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래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됐다. 이런 방식은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장애계에서 제기해 왔다. 이에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계부처 시행준비단,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등 관계부처 공동준비 및 장애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추진방향을 모색해왔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바로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이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의 지원체계가 장애등급으로 대표되는 공급자 관점에서 정책개발·집행이 용이한 체계였다면, 새로운 지원체계는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보다 세밀하게 고려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의 주요내용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와 종합조사 도입, 전달체계강화의 3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장애등급이 폐지되더라도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구분함으로써, 종전에 1∼3급 중증 장애인에게 인정되어 오던 우대혜택은 유지되도록 한다. 종전의 1∼3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4∼6급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장애인이 심사를 다시 받거나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을 새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장애등급 폐지에 따라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지원되어 왔던 141개 서비스 중 12개 부처 23개 서비스의 대상이 확대된다.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변경됨에 따라 건강보험료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보험료 경감이 확대되고,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도 단계적으로 확충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주목되는 조항이 있다. 장애인 욕구·환경 등을 고려한 서비스 지원을 위해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를 도입한다. 종합조사는 장애인 서비스의 지원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서비스 신청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행동특성,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종합조사는 7월 1일부터 활동지원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의 4개 서비스에 우선 적용되고, 장애인 이동지원 분야, 소득 및 고용지원 분야의 경우 서비스 특성에 맞는 종합조사를 추가 개발하여 각각 2020년과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새로운 종합조사 적용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평균 지원시간이 확대되고 이용자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월평균 지원시간이 현행 120시간에서 127시간+α(서비스 감소자 보호조치)로 변경된다. 종합조사 도입을 통해 최중증 장애인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상대적으로 지원시간이 적었던 장애유형의 급여량을 확대하여 장애유형 간의 형평성 있는 지원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월 최대 지원시간도 현행 441시간(일14.7시간)에서 480시간(일16.0시간)으로 확대 변경되고 활동지원서비스 이용 시의 본인부담금도 최고 32만2900원에서 15만8900원으로 인하되어 장애인들의 부담도 최대 50% 경감된다.

그동안에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중장애인인 9만4천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신체활동에서부터 가사활동 및 이동보조까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그만큼 가족들의 부담도 줄여주고 있는 복지서비스로 그야말로 중중장애인들의 수호천사제도이다. 하지만 수혜 장애인숫자는 미흡한 수준에 불과하다. 3급 이상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늘 장애인들의 불만과 서비스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해 왔다. 물론 새 제도 시행으로 이를 확대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지자체들은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8년 전국의 등록장애인은 258만 6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 5,138만 여명의 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년층 장애인이 120만 6482명으로 전체 46.7%를 차지하고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가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임을 감안할 때 137만여 명의 등록장애인 중 불과 6.8% 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대전광역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8년 기준으로 대전의 등록장애인은 7만2,927명이다. 이는 전체 149만인구의 약 4.9%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서구가 48만4천명의 인구 중 4.3%로 2만1,071명으로 시 전체 28.9%를 차지해 가장 많다. 그다음이 동구, 유성구, 중구, 대덕구 순이다. 인구대비 장애인수는 동구가 월등히 많다. 시 전체 두 번째 장애인수를 기록한 동구는 22만9,071명 인구 중 장애인수는 만4,718명으로 6.4%를 기록하고 있어 인구대비 장애인수가 단연 1위이다.

장애인 수를 통해 바라본 심각한 문제점은 활동보조서비스제도가 여전히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대전시 동구청을 비롯해 일선 구청의 전근대적인 장애복지행정이 마치 시혜정도로 여기고 있어 활동보조서비스기관 확대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등급제 폐지 및 활동보조서비스 확대에 전혀 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장애인계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대전의 활동보조서비스 기관은 장애인이 가장 많은 서구가 6개, 중구 5개, 동구와 유성구 4개 대덕구 3개 등 모두 22개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7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1년 본격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의 현주소이다. 그러니 활동보조서비스가 당초 취지대로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요즘에는 기관선정에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재단법인인 사회복지법인까지 등장하고 지자체는 수요자인 사단법인 당사자 장애인단체들마저 기관선정을 배제하고 있어 활동보조서비스 취지는 물론 서비스 확대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전체 실상을 살펴보면 등록장애인 중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수는 3,932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5.3%에 불과하다. 3급 이상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2만8,566명으로 분류해도 불과 13%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최상의 중중인 1급 장애인6,166명의 63%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중중장애인들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아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자체별로도 더욱 그렇다. 서비스를 받고 있는 3,932명 가운데 서구가 1,118명으로 가장 많고 동구 746명, 중구 654명, 대덕구 581명 순이다. 특히 인구대비 가장 많은 장애인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시 동구의 경우는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다. 전체 만4,718명 장애인 가운데 746명으로 불과 3% 장애인만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장애복지행정을 펼쳐야 할 지자체가 가장 소극적이며 폐쇄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등 장애인정책변경과 장애복지행정의 미래비전을 준비하는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활동보조서비스가 확대되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그때서야 허겁지겁 뒷북 행정이 요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보건복지부도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등록 후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음”이 전체 무려 64.2%에 달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정책의 허상이자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이런 저런 불이익을 받아왔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정부가 정책 변경을 선언하면서 현재 장애인연금에만 시행 중인 ‘서비스 수급희망 이력관리’를 올해는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수당에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를 했지만 과연 준비가 제대로 이뤄진 상태에서 추진하는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뒤늦게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위한 지자체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 주재 17개 시·도 복지국장 간담회가 지난 6월 27일 개최됐다. 김강립 차관은 “이번 제도 개편과정에서 장애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정책은 위로부터 일선 지자체, 주민자치센터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한다고 장애인계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발표하는 시간에도 일부 지자체들은 이를 역행하는 행정에 골몰하며 활동보조지원기관 선정을 갈망하는 수요자인 당사자 장애인단체를 배제하고 있는 형국이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장애인정책변경에는 그야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 단체들에게 서비스 제공기관의 문호를 활짝 열고 함께 진정한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정부 및 지자체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함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수요자인 당사자단체를 외면하고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들이 활동보조서비스까지 섭렵하려 들고 이를 부추기는 행정이 존재한다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등 장애인정책의 서비스 변화는 장밋빛 청사진이나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장애인계는 활동보조서비스 기관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정책 변화의 옳은 길이다.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복지는 사회복지와 분리되어야 한다. 서울시를 비롯해 대전광역시 등 각 광역단체들은 장애인과를 만들어 장애복지행정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활동보조서비스 기관선정은 장애인단체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장애인계의 목소리 결집도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장애인권익은 이제 수요자인 장애인들 스스로가 쟁취해야 한다. 31년 만에 바뀐 장애인정책변경은 바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및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시행이라는 뜻을 정부가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바로 잡아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일선 지자체도 열린 행정자세가 절실하다. 앞으로 활동보조서비스신청이 대거 몰릴 경우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대책이 없을 정도로 미흡하다. 수요자 중심을 외면하고 많은 장애인들을 서비스 사각지대에 방치하며 활동보조서비스의 허상을 보여주는 일선 지자체 행정의 전형을 대전시 동구청의 사례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두루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강조하건데 수요자 중심으로 31년 만에 장애인정책과 제도가 전면 개편되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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