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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정신장애인이 행복한 나라_핀란드를 다녀와서 제 1회흐린 10월 기후에 모두가 차분해지는 국가, IT 강국 그리고 볼수록 편안해지는 디자인 강국,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그리고 NGO의 활동이 왕성한 나라

 

가나병원 윤형곤원장(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부회장)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동안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주최한 2016년 정신보건시설 인권교육사업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전국 각 정신보건관련 의료기관과 시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총 17명이 참여한 것을 보면 시작부터 선진정신보건제도에 대한 열정적 관심이 느껴지는 행사였다.

<2016 정신보건시설 인권교육사업 참가자들>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새로운 것도 많고 얻은 메시지는 더 많았다. 핀란드의 주요 통계를 보면 1인당 보건의료지출은 4,449달러이고, GDP 대비 보건의료 지출 비율은 9.4%이며, 기대수명은 80.8세이다(World Bank Statistics 2013). 같은 기관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각각 1,880달러, 7.2%, 81.5세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분야에서 핀란드가 우리나라보다 투자를 많이 하지만 기대수명만큼은 우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사람들이 오래 사는 복을 더 누리는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1인당 국민 GNP가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은 어떨까? 그리고 높은 삶의 질이 건강한 정신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핀란드 연수의 화두였다. 특히 핀란드는 1990년 인구 10만명 당 남녀 평균 자살자 수가 30명을 넘었고 특히 남자는 50명을 넘었었는데, 2014년에는 자살자 수가 남녀 평균 14.6명, 남자 22.9명으로 떨어진 나라이다. 핀란드 인의 정신건강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길래 자살자 수가 이렇게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었을까?

핀란드의 백야와 곱지 않은 날씨에 대해 줄곧 들어왔지만 막상 대하고 보니 10월에도 음습해오는 겨울을 지내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궂은 날씨에도 핀란드 사람들은 낮을 밝히고 추위를 데우려는 요란을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헬싱키 공항에서 맞아주었다. 그리고 차분한 자연 속에 얹혀 놓은 듯한 헬싱키의 시내 거리를 보면 생존경쟁과 같은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착 당시 헬싱키 공항과 어두운 하늘>

그들의 생활은 지극히 평범하고 검소하였다. 그리고 사회복지제도로 지원받는 급여분과 소득을 현금화하고 그것을 물가 가중치로 나누어 표준화한다면 사는 모습은 우리와 그리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인구도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고, 헬싱키 시내에서 느낄 수 있는 경제적 위세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노키아 이후 앵그리버드, 워크래프트 등 게임회사가 즐비한 IT 강국이고, 디자인 지구에서 순토, 이딸라, 마리메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한껏 우월한 디자인 감각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만네르하임(Mannerheiminite) 거리를 지나면서 자꾸 보게 되는 건축가 알도의 건물은 보면 볼수록 평온하게 느껴졌다.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들으면서 차분히 알도 건물을 보면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듯 알도가 왜 핀란드를 상징하는지 알게 된다.

<시벨리우스 공원>

핀란드 국립박물관을 방문하여 보니 중세 이후 십자가 전쟁으로 맺은 동맹 유적과 스웨덴과 러시아 지배자들의 초상화가 대부분이다. 아마 1000년 전 유물이라면 4000년 전 핀란드가 바다 밑이었을 당시 파묻힌 물개 화석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역사만큼은 소박하다고 생각했고 큰 체격을 보면 다소 위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실제 마주할 때 그들은 전혀 과시하지 않았고 안내를 받을 때 느껴지는 친절함이 항상 고마웠다.

 

<핀란드의 상징 루터 교회와 러시아 알렉산드르 2세 동상>

그리고 핀란드는 성적표 없이 학업 성취도에서 1등을 하는 나라이다. 핀란드 교육이 추구하는 창의성은 모든 사람들이 기회의 균등을 공유해야 한다는 국가 이념에 따라 자유로운 사고 습관을 키우면서 이룩한 업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사회정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줄도 알게 된다. 이렇게 사고하고, 회의하며, 토론하는 전인적 교육을 받으면서 핀란드는 최고의 학습효과도 성취하면서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헬싱키대학교 공부가 저절로 되는 도서관 열람실>

한편 알려져 있듯이 핀란드가 함께 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복지정책은 그 진보성과 관대함으로 복지국가의 이상형으로 간주되곤 한다. 19세기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후진농업국가였지만, 19세기 말 일찍이 무갹출연금과 같은 최초의 사회보험 입법화를 시작하였다. 최초로 연금제도를 실시한 덴마크의 사회복지정책은 독일 비스마르크가 노동자들을 회유하기 위해 1870년대 실시한 최초 사회보험방식보다는 달랐다. 당시 빈곤세를 책임지던 다수 농민층은 노동자 중심의 사회보험보다는 피고용 농민의 갹출 보험료 부담이 없는 조세주의 사회복지정책을 지지하여 보편적 조세주의를 채택하였다.

이후 덴마크 좌파인 사회민주당은 노동자가 궁핍한 상황에서 농민 자유당과 연정하면서 당세를 확장하였고, 조세주의도 노동자 권리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여 자유당의 조세주의 복지정책에 동의하였다. 한편 덴마크 사회민주당과 유사한 길을 밟아오던 스웨덴은 1938년 살쯔요바덴 기본협정에서 생산 관련 결정은 자본가 계급에 일임하되 노동정책결정 환경은 국가와 노조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체제를 만든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동안 제1당으로 당세를 확장한 사회민주당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평등한 정액 급여를 제공하면서, 재정 상당부분을 조제에 의존하는 진보적인 사회복지 선진국을 만들게 된다.

역사적으로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통치를 받았던 핀란드는 덴마크와 스웨덴처럼 주도적으로 사회복지역사의 발전경로를 밟아가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권 하에서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핀란드도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복지제도를 이어갈 자신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정책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가부문, 사회연대와 복지를 위해 의료서비스 전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부문 그리고 높은 세율도 기꺼이 부담하는 국민이라는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사회민주주의 복지모델을 공유하게 된다. 

<저녁 한산한 번화가 모습>

대개 보건의료체계는 국가가 지향하는 이념에 따라 강조하는 것이 달라진다. 자유주의 국가는 지역보건 사무소간 경쟁을 강조하고, 개인은 스스로 자기 건강을 책임진다. 영국은 전국민에게 전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NHS를 실시하면서도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마가렛 대처 수상 시대에는 내부시장을 통한 NHS 제도 내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반면 사회민주주의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 보장을 국가가 책임지려고 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암, 뇌·심장 질환, 정신질환 등 사망률 높은 질환의 사회 보장성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보건의료제도는 계층, 인종, 거주지에 상관없이 보장하는 보편성 원칙이 강하고, 지방분권화가 잘 되어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세금을 징수하고 직접 보건의료서비스를 공급한다. 특히 보건의료서비스는 공공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진 특징을 갖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의사집단이 국가와 협력하여 전후 의료전문가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편성하였고, 사회보장이념에 따라 공공병원 중심의 보건체계를 이루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핀란드도 북유럽 공공병원의 특성을 공유하였다.

핀란드에서 정신병원 입원은 입원 결정, 감독, 입원 최종결정을 하는 세 명의 정신과 의사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3개월 후 계속입원심사를 받도록 한다. 정신과 환자의 인권은 의료전문가의 전문직업주의(Professionalism)와 직업윤리에 따라 보호받도록 한다.

<헬싱키대학교 정신과병원>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민주주의 국가 핀란드 정신보건체계가 우리나라와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NGO가 주도하는 제 3섹터의 활약이 두드러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정신보건전문가들이 모여 정신장애인 재활을 위해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에 정책제안 역할을 맡은 전문가 기구가 없다. 따라서 국가 주도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정신보건자원의 배분도 현장의 요구보다는 국가정책 비전에 맞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보건서비스 안내책자>

이에 반해 핀란드는 국가와 정신보건전문가 사이에서 정신장애인에게 사회복지와 의료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도록 하고 그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협회와 기구들이 있다. 물론 핀란드에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권력 작용이 없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핀란드는 사회적 약자를 보는 시선에 온기가 있는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규모 있는 NGO 활동이 눈에 띄며,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시민사회 활동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면 다음 회부터 방문기관을 중심으로 핀란드 정신보건여행을 떠나본다.

한국정신건강신문  mh@mental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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