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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성범죄, 2차 가해와 죄의식

홍 시 라 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방송ANN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 유포한 가수 정준영이 구속 조치됐다. 그는 수년간 성범죄를 저질러오면서 죄의식 하나 없이 피해자를 조롱했으며 법적인 처벌 없이 지내왔기에 대중들의 충격과 분노는 더해졌다.

정준영은 동료 연예인과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고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단톡방 안의 지인들은 죄의식 없이 영상을 즐기며 피해자를 조롱했다. 불법 촬영 영상으로 지인들 사이에서 정준영의 휴대폰은 ‘황금폰’으로 불렸다고 한다.

연예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성범죄는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0일에는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몰카 촬영, 유포 혐의가 있는 일당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3일까지 30개 숙박업소를 돌며 객실 42곳에 소형 카메라를 불법으로 설치했다. 또한 미국에 서버를 둔 생중계 사이트를 통해 회원 4천여 명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영상 803개를 유포하여 1,6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생겨났다.

이번 몰카 가해자, 그리고 정준영과 승리 게이트의 인물들에 대해 명백한 죄가 있음을 대중들은 공감하고 분노했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봐야 할 문제가 더 있다. 바로 ‘2차 가해’와 ‘죄의식의 부재’이다. 이 와중에도 정준영 휴대폰 속 여자 연예인이 누구인지, 영상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검색해보는 일부 몰지각한 대중들이 있었다.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피해 연예인의 신원을 밝히고 있으며 카톡방에서는 근거 없는 추측성 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P2P 사이트에서는 일부 영상 판매자들이 관련 없는 영상에 ‘정준영 동영상’ 혹은 ‘버닝썬 동영상’이라는 제목을 붙여 유통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근거 없이 추측, 비난하는 행위 등 ‘2차 가해’는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질 경우 피해자는 외모 평가 및 조롱뿐 아니라 성범죄의 책임을 전가 받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영상을 찾는 행위를 ‘2차 가해’로 지칭하는 까닭이다.

이에 지난 18일 정부는 14개 관계 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정부위원 협의회를 개최했다. 성범죄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부처 간 공조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최근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 상황은 우리 사회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문화가 뿌리 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 성착취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3월 24일에는 '우리는 피해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습니다'를 주제로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유독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 이름으로 사건 이름이 붙여지는 경향이 있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정준영 리스트’ 등으로 이름 붙여져 아무렇지 않게 피해자의 이름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이 같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성폭행을 직접 했거나 불법 영상을 촬영했다는 명백한 결과물이 있어야만 죄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내가 하는 행동에 누군가 피해를 입진 않을지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러한 행동에 대한 ‘죄의식’을 가져본다면 이처럼 경악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는 빈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홍시라 기자  sheilah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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