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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전상서-청와대에 ‘국가정신건강위원회’ 설치를 청원합니다. -

홍 상 표 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최근 환자와 병원직원 모두에게 존경받는 정신과 의사이자 장래가 촉망되던 임세원 교수가 치료를 받으러 온 한 정신질환자에 의해 피살되는 끔찍한 사건을 보았습니다. 청와대 청원에서 보셨겠지만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자신을 치료하던 의사를 살해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거니와 저지른 죄에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작금의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정신질환자, 심신미약자라고 해서 처벌을 가볍게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노가 연일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전의 임세원 교수는 그러한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정신질환이라는 질병이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지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가지고 사랑으로 정신질환자들을 진료해왔다는 그 사실 때문에 범죄와 연민 사이에서 우리는 방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유언이 되어버렸지만 그를 살해한 정신질환자마저 미워하면 안 된다는 임세원 교수의 초연한 마음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미 일어나버린 사건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이고, 또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의한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있어도 사실은 모두가 피해자이므로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어야 한다는 이 이중적인 현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잠시 주춤한 것으로 보이던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사건이 최근 들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이미 예견되었던 참사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이 법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의 개념이 빠져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입니다. 일반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 역시 사람의 신체 일부에서 발병하는 질병입니다. 다만 일반 질병과 달리 구분해야 할 것은 정신질환 특성상 자해나 타 해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이 자해 타 해라는 것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얼마나 무섭고 일상생활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든 사람들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치료의 개념이 빠진 이런 법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율은 일반 범죄율에 비해 높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들을 보면 상상 이상의 강력 묻지마 사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러한 자해나 타 해를 방지하기 위해 폐쇄병동을 갖춘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급한 중증정신질환자들은 자신이 정신질환이라는 질병에 걸렸다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병식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환자가 투약 등의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면 이러한 사건 사고에 많이 노출되게 됩니다. 병식이 없는 환자는 입원치료가 절실합니다. 환자 본인은 자기가 병이 없는데 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냐고 보호자들에게 반항을 하기도 합니다. 정신질환자에게 입원치료를 받게 하는 과정은 당연히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해와 타 해의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입원 치료받도록 해야 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치료보다 인권이 먼저라는 개념을 앞세워 입원치료를 어렵게 하고 입원치료 중인 환자마저도 일정 기한마다 심사를 받아 퇴원하도록 하는 조항이 강화된 법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병원으로부터의 탈원화가 주요 골자입니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고 완치 후 퇴원을 하게 하여 다시는 그 질병으로 입원하지 않도록 책임을 지고 치료를 하는 곳입니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치료중인 환자도 첫 입원 3개월, 이후 6개월 마다 담당 정신과 의사가 계속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계속입원치료 심사청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신보건심판위원회는 서류심사만으로 특정 환자에 대해 퇴원명령을 병원에 통보합니다. 퇴원명령을 통보받은 병원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서 명시하는바에 의해 “퇴원 명령을 받으면 지체없이 퇴원시켜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즉시 퇴원을 시켜야합니다. 즉 치료를 더 받아야 할 환자이지만 심판위원회의 퇴원명령에 따라 지체없이 퇴원을 해야 합니다. 가족들은 퇴원한 환자가 완치되지 않았음을 알고 부랴부랴 다른 병원을 찾아 다시 입원을 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신건강복지법’의 현실입니다.

2016년 5월에 일어났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도 4번씩이나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가족이 정신질환이 있어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의거하여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도록 한 것을 강제입원이라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위헌판결까지 했습니다. 강제입원이라 함은 병이 없는 사람을 병이 있는 양 거짓으로 입원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이 심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보다 못해 병을 고쳐달라고 보호자가 동의하여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는 것을 헌법재판소까지 나서서 강제입원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이건 가뜩이나 힘든 가족들의 가슴에 더 큰 대못을 박아 버린 일입니다.

정신질환자가 묻지마 사고를 저지르고 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공주와 부곡에 있는 ‘치료감호소’입니다. 치료감호소는 법무부가 관할하는 ‘국립법무병원’, 즉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정신병원’입니다. 물론 예산도 민간 정신병원에 비해 몇 배 더 많이 들어갑니다. 민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다 낫지도 않은 환자를 정신보건심판위원회가 때마다 서류심사만으로 퇴원명령을 내립니다. 졸지에 퇴원을 하여 투약관리도 받지 못하게 된 환자들은 묻지마 사건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만약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다시 가는 곳이 바로 ‘정신병원’ 곧 ‘국립법무병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정의입니다. 치료도 제대로 안된 환자를 퇴원시켜 범죄자로 만든 다음 다시 국립법무병원으로 입원을 시키는 이 패턴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사건이 연일 일어나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정신질환 사건사고에 의한 피해자만 억울할 뿐입니다. 이렇듯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사고는 잘못 만들어진 ‘정신건강복지법’이 공범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환자는 계속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라는 주치의의 의견을 무시하고 퇴원명령을 내려 묻지마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면 퇴원명령을 내린 그 위원회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 입원적합성심사를 하여 퇴원명령을 내리고 퇴원한 환자가 묻지마 사건을 일으키면 그 위원회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환자의 인권을 앞세워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개념을 빼고 탈원화 위주의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사건이 일 때마다 일제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할 때에 비로소 나라에 기강이 서고 질서가 유지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정신질환자에게는 다시는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정성껏 치료를 해주는 것이 정신질환자가 가진 권리이자 그들에 대한 인권보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대통령님께서 아셔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신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약 70% 이상이 의료급여대상자(기초생활수급대상자)입니다. 그들에게는 같은 정신질환자인 건강보험환자의 60% 정도 수준의 진료비만 적용됩니다. 물론 밥값도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미 만성화되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정신질환자가 최근 굉장히 많이 늘고 있습니다. 돈은 절반밖에 안주면서 건강보험환자와 똑같은 밥과 약을 주고 치료도 똑같이 하라면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만성 정신질환은 의료급여대상 정신질환자에게만 절반 수준의 밥값, 약값, 진료비를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데 왜 정신질환자만 이토록 절반의 인생을 살도록 차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묻지마 사건의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다고 생각되십니까?

앞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헌법에서도 평등권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그들에게만 진료, 약, 밥상까지 건강보험대상자의 절반 수준으로 차별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을 만든 국가가 법을 어기고 차별하고 있는 것이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에게 이게 과연 사람 사는 세상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청와대에 ‘국가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하여 대통령께서 직접 이 불쌍한 정신질환자들을 직접 챙겨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도 이러한 잘못된 법과 제도에 의한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무시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입니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정신건강복지법’과 관련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직접 챙겨 주셔야 해결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 하시자마자 치매환자와 고통 받는 그 가족들을 위해 국가치매책임제를 시행하셨습니다. 치매 역시 정신질환의 일종입니다. 치매는 정신과 의사와 신경과 의사가 진료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조현증, 조울증, 치매, 자살을 유도하는 우울증 등 모두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범위를 좀 더 넓혀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모든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으로 모두가 우울해진 사회를 따뜻한 가슴으로 꼭 안아 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합니다.

삼가 깊은 고통 속에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운명을 달리하신 임세원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소서!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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