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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체육계 비리와 침묵의 카르텔

홍 시 라 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방송ANN

얼마 전 2018년 평창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쇼트트랙 영웅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실로 체육계와 온 국민이 들썩였고,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하라는 청와대 청원도 진행되었다. ‘젊은 빙상인 연맹’에 따르면 이 같은 빙상계 성범죄는 심석희 선수의 경우를 포함해 6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공인으로서 훗날 자신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심석희는 감춰져 있는 비리들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이러한 용기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이에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도 이어졌다. 지난 21일에는 세팍타크로 여자 국가대표 최지나 선수가 고등학교 시절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 선수는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1년 8월 감독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최 선수에 따르면 A씨는 밤늦게 운동이 끝난 최 선수에게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우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성추행했다. 대한체육회는 A씨를 체육계에서 영구 제명하기로 했고, 경찰은 조만간 A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유도 상비군 출신의 신유용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을 폭로했다. 그에 의하면 성폭행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20여 차례 이어졌다. 신유용은 이 때문에 유도를 그만두었지만 코치는 실명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잇따른 폭로에 체육계 성폭력과 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합 등 18개 단체들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조재범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체육계 성폭력이 조재범이라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동안 오랜 시간 학습된 소위 침묵의 카르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카르텔의 본래 뜻은 이해집단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조직적으로 침묵하고 은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카르텔이란 용어를 파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카르텔로 인해서 수많은 범죄가 방관돼 왔다. 이번 심석희 선수의 사건을 접한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는 조재범에 대한 처벌을 두고 “구속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이 생각을 전명규 교수만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처럼 체육계에 뿌리 깊게 자리 박혀 있던 침묵의 카르텔은 이번 심석희 선수 사건으로 인해 서서히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을 체육회에서 제명시킬 수 있다고 밝혔으며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번 폭로들로 고소된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강력히 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 여론의 관심은 금방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이다. 작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미투 운동으로 한 해 동안 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금방 잠잠해졌다.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 탓, 피해자성을 논하는 여론도 많이 생겼다.

이번 사건도 여느 때처럼 금방 잠잠해질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청이 지난해 빙상계 성폭력 피해를 제보 받았음에도 묵살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선수들의 인권보다는 국위선양에 집중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권력과 결탁되어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심 선수의 폭로로 체육국장이 국가대표 선수 관리와 운영 실태를 감사원에 감사 청구했으며, 실태조사에 인권위원회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스포츠 윤리센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러한 해결 방안은 그동안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감춰져있던 모든 사건 사고들이 터져야 할 것이며, 그동안 카르텔을 방관해왔던 체육계 권력자들도 처벌되거나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여론의 힘을 기억해야 한다. 카르텔은 체육계 뿐 아니라 회사와 학교, 심지어 가정에도 존재한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끊임없는 관심이 지속되어 오랜 병폐가 끝나길 바란다.

홍시라 기자  sheilah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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