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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불쾌한 골짜기’와 인간다움

홍 시 라 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방송ANN

겉으로 보기엔 인간과 아주 닮았지만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이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70년 일본의 로보티스트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이론으로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된다. 한 마디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어설프게 닮아갈수록 혐오도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올해 초 색동저고리에 분홍색 한복 치마를 입고 나타난 로봇 ‘소피아’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에서 AI 로봇 소피아가 소개되었는데 얼굴은 피부와 흡사한 질감의 '플러버(frubber)'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 다양한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도록 만들어졌다. 눈에는 3D 센서가 달려 화자를 인식했고 말하는 사람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있으면 마네킹 같았지만 말하거나 웃을 때는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머리카락 없이 오픈되어 있던 두피에는 로봇임을 증명하듯 각종 부품이 보였다. 소피아의 부자연스러운 외모와 표정에 콘퍼런스 이후 AI 로봇에 대한 혹평이 빗발쳤다. 이에 AI 로봇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기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로봇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불쾌한 골짜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원숭이와 같은 포유류는 털 색깔이 다른 돌연변이를 보면 심한 왕따와 차별, 배척을 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한 전직 소방관은 인터뷰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밝혔다. 과거 그는 화재 진압을 하다 심한 화상을 입어 얼굴이 일그러졌는데, 손자가 자신을 보면 항상 울어서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안면이식 수술 후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일반인 수준으로 회복이 되자 비로소 손자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는 일그러진 얼굴에 본능적으로 울음을 터트렸고, 수술을 통해 일반인들의 얼굴과 비슷해지자 비로소 아이가 경계심을 허물게 된 것이다.

불쾌한 골짜기는 상업적으로도 이용이 된다. 공포영화, 공포체험에서 흔하게 활용되는데 좀비나 시체, 절단된 신체 등을 볼 때 불쾌한 골짜기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는 목적 자체가 오싹함을 주는 거기 때문에 불쾌한 골짜기가 깊을수록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상업영화에서는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모션 캡처를 통해 사람 캐릭터를 실제 인간과 흡사하게 표현한 3D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아이들이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린 일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3D이지만 인간과는 조금 차이가 나도록 캐릭터를 묘사한 인크레더블이나 몬스터 주식회사 등은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발견되는 ‘불쾌한 골짜기’는 왜 생기는 것일까? 2011년 미국의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세이진 교수 연구팀은 뇌의 움직임에서 증거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다음 세 가지 경우를 놓고 일반인 참가자의 뇌 반응을 살폈다. 첫 번째는 실제 사람, 두 번째는 실제 사람과 아주 흡사한 인간형 로봇, 세 번째는 내부가 그대로 드러난 로봇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참가자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으로 촬영한 결과 첫 번째와 세 번째에는 뇌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영상에는 시각 중추와 감정 중추를 연결하는 연결부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연구진은 사람과 외형은 흡사하지만 행동은 기계적으로 움직여 뇌가 혼동하여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로봇이나 어떠한 생명체가 자신의 모습과 어설프게 닮을 때 불쾌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해 인간 사이에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의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다. 어설프게 많이 닮는 수준을 벗어나 실제 인간과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완벽하게 닮으면 혐오 정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정교한 CG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2009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4’에서는 아놀드 슈왈제너거가 100% CG 기술을 통해 재현되었는데, 젊은 시절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간과 닮은 정도가 지나쳐 ‘누가 로봇인지 구분을 못해서’ 혐오감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외모가 달라서 경계하는 것이 아닌 마치 간첩처럼 우리와 구별할 수 없지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심리 상태로 인해 불안감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AI 로봇 등이 발전된다면 지나치게 닮아 인간과 구별할 수 없어 불쾌한 골짜기가 생길 수는 있겠다. 다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가 나타날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결국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겉모습이 아닌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를 통해서 인간다움을 파악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래에도 인간은 로봇에게 많은 지위를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분야, ‘정신건강’에 있어서는 인간을 대신할 존재는 없을 것이다.

홍시라 기자  sheilah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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