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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질병부담금 8조원 시대-80조원이 들더라도 기초부터 새로운 틀을 짜야-

홍 상 표 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최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의 정신건강동향을 바탕으로 윤석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정신질환 질병부담' 실태를 발표했다. 5년 단위로 건강관련 질병부담과 경제적 질병부담 규모는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정신 및 행동장애의 질병부담은 현재의 수치를 대비하여 남성 22%, 여성 35%가 증가하여 2030년에는 21개 질환군 중 7번째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경제적 질병부담 역시 계속 증가하여 2020년 이후부터는 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교수는 "생산성이 높은 젊은 층에서 질병부담이 높다는 것은 국가생산성 저하 및 사회경제적 비용발생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신질환이 늘고 아울러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정신질환 치료는커녕 환자의 탈원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법 아래서 8조원을 쏟아 붓겠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정신질환치료에 8조원이 모조리 들어가도 부족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탈원화가 주 목적인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배경에 대한 예산으로 쓰여 질 것이 뻔하다. 즉 8조원이 들어간다고 해서 정신질환치료에 대한 효과를 거둘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 지금도 정신질환분야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으나 정신질환에 의한 사건사고와 서울역 노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정신의료기관의 입원환자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법 내용에 모순이 가득한 채 개정이 되어 이 모순을 극복해야 할 공무원들과 일선의료기관, 정신질환자, 가족들만 더욱 힘들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예산은 쓰여 질 곳에 제대로 쓰도록 짜야 한다.

YS정권시절 실패한 정책을 예로 들겠다. 까만 세단 한 대가 겨울가뭄에 논두렁 언저리로 말라붙은 흙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개똥이네 앞마당에 육중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운전대 문이 열리자 빠른 템포의 노래가 쿵쾅거리고 새까만 안경을 낀 기사가 내려서는데 바로 이 집 주인 개똥아범이다. 평소 감자밭 고랑을 파느라 다 헤진 작업복에 빛바랜 녹색 새마을모자 차림으로 집 앞 천수답 논두렁길로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몰고 다니는 맛으로 산다던 개똥아범이 뭔지는 몰라도 하루아침에 위풍당당한 사업가로 변신을 한 게다. 개똥아범은 오래전부터 남의 땅에 감자 배추를 갈아 심는 이모작 소작농이다. 때로는 열두 명 타는 봉고차에 몸을 싣고 전국의 고랭지를 찾아다니며 벌떼농사를 하기도 했지만 이태 전 홀로 살아계시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물려받은 텃밭을 지키느라 집에 눌러 앉았던 터다. 서부개척사 영화같은 이 장면에 기절초풍한건 바로 개똥어멈이다. 겨우내 이집 저집 사랑방 하우스 노름판에서 텃밭 문서까지 다 날리고 건달됐다는 소문이 돌 때까지만 해도 남편 기죽인다는 소릴 들을까봐 그저 꾹 참아왔던 개똥어멈이었던 바, 번쩍거리는 까만 세단에 영화배우처럼 멋진 모습으로 내려서는 남편의 모습에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YS시절,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내놓은 야심찬 계획이 하나 있었으니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이라고 불린 ‘농어촌구조개선사업’(‘농구개’)이라는 것이었다. 사업의 목적을 들여다보면 낙후된 우리나라 농어촌의 구조를 개선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여 식량의 자급자족을 이루겠다는 그럴싸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농의 과학화, 토지의 효율적 이용, 농업생산의 규모화, 품질의 고급화, 농어민 소득증대 등 온갖 미사여구가 다 달라붙어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거대한사업에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은 자그마치 54조 원이였다. 농가 몇 명이 모여 영농법인을 구성하면 수십억 원을 보조해주고, 또는 최저금리에 5년 거치 10년 상환의 눈먼 돈이 이 골짜기 저 골짜기로 마구 흘러들어갔다.

어느덧 논두렁 밭두렁에는 거대한 유리온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재래식 축사를 헐고 대규모 기계식 축사들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넘쳐났다. 이와 동시에 이 온실이나 축사로 이어지는 논두렁길 밭두렁 길에는 당대 최고급차라는 그랜저들도 무시로 들락거렸다. 그 시절 정부는 누구든지 농민 5명 이상이 모여 영농조합법인을 만들면 이 법인에게 수억에서 수십억 원씩을 신용대출과 보조금 등으로 무차별 지원을 했다. 불과 2~3년 사이에 영농조합법인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고, 사랑방 노름판을 기웃거리던 농사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무슨 사업의 일환이니 해가며 그냥 수십억 원씩 손에 현금을 쥐어 준 것이다. 사람 손에 큰돈이 쥐어지면 가장 먼저 저지르게 되는 것이 고급자동차 구입이라고 했다. 그 ‘농구개’ 자금은 바로 눈 먼 돈이었다. 당시 농사짓는 사람이 이 자금으로 그랜저 한 대 못 사면 바보취급을 받는 시기였다. 또한 정부는 농작물과 가축, 비료 등을 실어 나르라는 용도로 축사나 농장의 진입도로 포장공사비까지 몽땅 보조금으로 하사했다. 이때 중소 사이비 기자재업체, 토목건설업체 등이 농구개사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 국가정책 사업은 정부가 농민을 잠시 살판나게 해주고는 곧장 고스란히 빚더미에 올려버리게 한 실패한 정책으로 남아 있고 지금도 그 후유증이 매우 크다.

어느 날 읍내에서 비닐하우스 기자재 상점을 하는 권 씨네 가게에 세무서로부터 1억4천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내라는 통지가 날아들었다. 당해 1분기동안 총매출액이 1억4천만 원도 안 되는데 부가세가 1억4천만 원이라니? 기겁을 한 권 씨가 그 사연을 추적해보았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주로 하는 감자골 오서방 역시 동네사람 몇 명을 모아 영농법인을 만들고 ‘농구개’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는 읍내 비닐하우스 자재를 파는 권씨네 가게에서 1억 정도의 자재를 사다가 거대한 비닐하우스 단지를 만들었는데, 자재를 구입할 때 백지 간이영수증을 받아 숫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정리하여 국고보조 및 지원금 정산서를 제출한 것이다. 법인 책임자인 오서방은 이 간이영수증에 14억 원어치 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자기가 받은 돈 액수만큼 끼워 맞춰 주무관청에 보고를 했고, 주무관청은 세무서에 그 자료를 제출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14억 원 중, 자재구입비를 뺀 12억 원 가량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시절 자동차회사와 농기자재회사, 룸싸롱, 고급술집 등은 최대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결국 YS의 이 야심찬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은 이런 시대적 유행을 만들면서 완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농민들은 고스란히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고, 오늘날까지 아직도 농어촌의 주름살이 펴지지 않는 원인이 바로 이 ‘농구개사업’이라는 어설프고 무책임한 정책의 결과였다. 이 ‘농구개사업’이라는 국가정책의 실패이유는 계획과 실행까지는 그럴싸하게 좋았지만 ‘사후관리의 부재’가 바로 그 이유였다. 즉, 국가예산이 풀리면 그 돈이 국익으로 돌아올 때까지 정부는 무지한 농민들에게 법인 및 회계의 개념을 필두로 지속적인 경영지도와 계몽, 생산과 경영의 기술적인 접합과 생산성향상 및 사후결과 등에 대하여 끝까지 모니터링을 하며 보완을 해왔어야 하는데, YS정부는 그냥 54조원이라는 돈만 지원하고 말았던 것이다. 제대로 된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돈부터 펑펑 풀었던 그 대가는 곧장 IMF로 이어졌다.

정신질환에 8조원은 정신질환의 치료에 중점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의 치료에 중점을 둔 내용으로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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