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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의 갈 곳, 국가가 마련해줘야

홍 상 표 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설치된 ‘연변사회정신병원’은 우리나라의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주로 만성 환자들이 입원하여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는 이곳은 800병상의 병원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건물이 크고 웅장하다. 병원 건물 뒤로 펼쳐진 약 2만평의 배나무 과수원 역시 주 정부가 정신질환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마련해준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원에서 한 십 여리 떨어진 곳에는 이 병원에서 퇴원하여 오갈 곳 없는 환자들이 모여 사는 ‘분원’이라는 곳이 있다. 주 정부에서 마련해준 200만평(중국 坪/1㎡)의 구릉지에 소 돼지 염소 닭을 키우고 벼농사를 비롯한 각종 농사에 과수원 양어장 등 농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각종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가 상근하고 있으며 농업과 관련한 전문가가 직업훈련과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물론 숙소와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도 설치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눈이 맞은 커플들은 혼인을 시키고 원룸식 살림집을 내어준다. 단 2세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 곳 생활에 익숙해진 환자들에게는 그곳이 곧 낙원이요 천국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혹시라도 다시 발병하여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두려움이나 병원퇴원 후 가족들에 대한 부담, 적응하기 어려운 사회생활에 대한 부담감이나 공포감으로부터 일단 자유스러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병원이나 요양원을 퇴원하면 오갈 곳이 없는 환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환자가 퇴원하기를 기다렸다가 마냥 따뜻하게 반겨줄 가정도 그렇게 많지 않다. 현대사회는 그런 구조를 탈피한지 이미 오래다. 더군다나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복귀하여 취직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국가가 보살펴주는 그런 사회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은 폐쇄병동으로부터의 해방만 있을 뿐 질병의 치료나 자립경제는 거리가 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체가 건강한 20대 젊은이들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태백이 되어 거리를 헤매는 세상에서 하물며 병원과 요양원을 갓 퇴원한 환자에게 적당한 일자리가 있을 리 만무다. 가끔은 정부나 지자체가 소유한 집을 그룹홈 등의 사회복귀시설로 제공되어 그곳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는 예도 더러 있지만 우리사회의 큰 병폐인 nimby 현상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독한 편견에 의해 이마저도 오래 버티질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그곳도 직장이 아니라 잠을 자는 곳 정도의 역할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다가 못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건강보험환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차별하고 있는 입원식대와 진료수가는 4~50년 전 나왔던 ‘몬도가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해괴망측한 차별로서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이 몬도가네식 차별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라는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으로 존재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을 만성질환자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을 발휘해왔다. 1997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도 장애인수첩을 발급받게 되었다. 2005년 이후 2013년 말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는 건강보험대상으로 입원을 하여 입원 중 의료급여대상으로 전환된 환자의 누적통계가 45,691명이다. 현재 전국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체 환자 수가 약 69,000천 명으로서 약 66.2%가 의료급여 대상자이라는 뜻이다. 얘긴즉슨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하던 의료비를 국가재정으로 지급해야 하는 환자가 62.2% 늘어났다는 뜻이다. 1979년 당시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를 도입한 사유가 바로 그 것이다. 즉 국가재정에서 지급되는 정신과 진료비가 급속히 증가하자 그 증가를 억제하고자 도입한 것이 바로 정신과 정액수가제다. 이후 1인당 진료비가 건강보험에 비해 반 토막이 될 때까지 수시로 동결됐고 지금까지도 이 제도에서 벗어나질 못하면서 어느새 몬도가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5년이 넘도록 20조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렇게 정신질환이 기여한 공로(?)가 크다. 물론 그만큼 정부재정은 적자로 이어지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치매국가책임제’처럼 대통령 직속 ‘국가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곳을 통해 지방마다 정신질환자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분원’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재정이 필요하다면 건보재정의 흑자기조에 정신질환이 기여한 만큼의 지분을 덜어다가 사용하면 될 일이다. 이 일을 대통령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국가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는 달리 방법도 없다.

 

연변사회정신병원이 운영하는 ‘분원’ 전경
연변사회정신병원
“분원‘에서 커플들이 살고 있는 원룸식 숙소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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