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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피라미드 인구구조의 국가적 위기
김 헌 태 대표

1993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에게 들은 말 중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 셋만 낳아도 그냥 먹고 살 수 있다. 나라에서 그 만큼 지원을 해 주고 있다”라는 말이다. 농담처럼 들려준 말이 요즘 새삼 생각이 난다. 당시에는 이해도 되지 않고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고 웃어넘긴 말이다. 지금 돌이켜 보건데 당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있던 프랑스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졌으면 이런 엄청난 인센티브까지 주며 국민들의 출산을 장려했을까 새삼 깨닫게 된다.

 

바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됐다. 우리에게도 이른바 출산 장려금이 생겼다. 지자체마다 돈을 주고 있다. 충북 청원군에서 지난 2002년 가장 먼저 시행해 최대 100만 원을 지급했다. 지금은 전남 해남군은 첫째아 300만원, 둘째아 350만원, 셋째아 600만원, 넷째아 이상 720만 원 등 비교적 타 자치단체보다 많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해남군이 지급한 출산장려금은 무려 103억5440만원으로 전남 22개 시 군 중 가장 많다. 사실 출산장려금 지급제도는 지금은 전국 243개 대다수 지자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의 하나인 인천 옹진군에서는 다섯째 이상 출산엔 1000만 원을 준다. 분할 방식으로는 경북 의성군이 가장 많다. 넷째 이상 출산엔 1800만 원을 지급한다. 전남 완도군은 일시와 분할 방식을 합쳐 일곱째 이상은 2200만 원을 준다. 이밖에 충북 괴산군은 셋째 출산 시 1000만 원, 충남 청양군은 셋째 출산에 300만원, 넷째 1,000만원, 다섯째 2,000만원이다. 경기도 양평도 다섯째아는 2,000만원을 지원한다.

 

심지어 경기 성남시의회에서는 이 인구절벽 위기 극복을 위해 셋째 자녀를 낳으면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조례 안을 상정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개정안에는 셋째아 출산장려금을 현재 1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셋째아를 낳으면 우선 1,000만 원을 지급하고 3·5·7살 때마다 2,000만 원씩, 10살 때는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발의의원이 이를 철회해 좌초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저출산 문제에 대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최근 들어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모두(冒頭)에서 밝힌 프랑스 사례를 보는 듯하다. 오죽하면 금품을 주는 출산정책까지 등장하는가 말이다.

 

물론 정부도 ‘저출산· 고령사회’를 늦추기 위해 저출산 영역에만 수십조 원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출산율은 불과 1.2명 수준에 머물렀다. 당연히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근본적인 이유인 육아, 보육, 교육환경, 부동산, 경제 환경,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재인대통령도 올해 출산율이 역대 최저라는 사실에 국가적 위기임을 인식하고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난 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인구주택 총 조사'에 대한민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사회의 심각성이 응축되어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18세 이하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는 557만 가구로 2015년 570만 가구에서 13만 가구가 감소했고 세 자녀 이상 함께 사는 가구는 3%에 불과해 저출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저출산의 심각성을 보여주듯이 지난 해 65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3.6%인 678만 명으로 유소년 인구 677만 명을 추월해 버렸다. 당초 예상보다 1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지난 해 통계이니까 총인구의 14%이상이면 고령사회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는 사실상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1994년에 고령사회가 된 일본이 24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18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초고령 사회도 8년 정도로 일본 12년보다 4년이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일본은 현재 4명 중 한명이 65세 이상이다. 그러나 고령화 속도가 이런 일본이나 유럽 미국보다 너무나 빠르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세종시(9.6%)만 가장 젊은 도시이고 나머지는 이미 전북(18.4%)과 경북(18.2%), 강원(17.2%), 충남(16.5%), 부산(15.4), 충북(15%), 경남(14.8%),제주(14.2%)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심지어 전남(21.3%)은 벌써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의 준비나 대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노인문제는 흔히 4고(四苦) 즉, 빈곤과 질병, 고독, 무위로 표현되는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듯이 혼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2015년보다 7만가구가 증가한 129만가구로 1인 가구 중 무려 24%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다 85세 이상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도 13만 가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도 독거노인의 증가이다. 이는 전근대적인 노인복지정책으로는 대처가 어려워 이제 사회보장제도의 전환점에 서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90년부터 99년까지 이른바 고령자보건복지추진 10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2000년 4월 성공적인 개호보험(介護保險)제도를 도입하여 고령사회를 대비했다. 노인요양 보장을 위해 시작한 것으로 의료보험과는 구분된다. 이른바 간병보험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구시대적인 장기요양보험을 가지고는 부양사회화가 급진전된 노인복지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장기요양보험의 적정수가를 포함해 연금과 의료, 개호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된다는 지적이 거세다.

 

통계청의 '2016 인구주택 총 조사' 발표는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저출산의 문제는 국가적 위기문제라며 그 심각성을 제기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11월 1일 기준 대한민국의 인구는 5,127만 명이다. 하지만 이래로 가면 2020년에는 5,000만 명 추락하고 매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국가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국가존립의 문제이다. 이제 저출산 고령사회의 심각성을 다시금 확인한 만큼 저출산 대책의 새로운 점검과 함께 고령사회 노인복지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어 지혜로운 해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늘 부르짖는 저출산· 고령사회란 말에 만성화되어 좌고우면하며 때를 놓치면 대한민국 사회는 추동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이 저출산의 문제로 국가위기에 봉착했다며 심각성을 제기한 것은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부처의 가용정책을 총동원해 대처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부처이기주의나 복지부동의 행정자세를 탈피하여 과감하고 복합적인 실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혁신이 필요하며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선진 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는 것이다. 역피라미드의 인구구조는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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