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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사각지대’ 벗어나는 ‘국민복지시대’ 열어야-의료급여 정신질환자 여전히 사각지대가 아닌 노출된 ‘목전지대’에서 조차 불평등과 차별을 받고 있다
김 헌 태 대표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복지사각지대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야말로 풍요 속에 빈곤이다. 사실 대한민국 경제 전반과 사회구조를 변화시킨 사상 초유의 최악의 경제 위기가 닥친 1997년도 IMF사태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고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 이른바 ‘차상위 계층’이라는 신종 위기계층까지 생겨났다. 일부는 기초생활수급자만도 못한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도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기초수급자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빈곤에 허덕이며 살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하며 삶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른바 ‘부양의무자’라는 굴레를 씌워 이들을 외면 아닌 외면을 해왔다. 그 어떤 하소연도 통하지 않았다. ‘법이 그런데 어찌하냐?’는 것이었다. 급기야 송파 세모녀 사건이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기초생활수급자의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복지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찾는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근본적인 법적, 제도적인 개선이 없는 행정행위는 허무한 메아리만 남았다. 그래서 빈곤 사각지대의 고통은 비극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를 늘 충격과 한숨으로 몰아넣었다. 대한민국의 복지가 이런 길을 거쳤다.


 우리나라 보건, 복지, 고용 분야의 예산은 지난 2016년 123조, 올해 129조 5,000억원 규모로 연간 100조원을 넘는 최고 많은 예산이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의 민생예산은 늘 부족해왔다. 금년도 의료급여의 경우를 보면 4조 799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흉내만 냈다. 복지예산규모는 GDP 대비 9%정도 수준으로 OECD 평균인 GDP 대비 20%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균이하에 머물고 있다. 대한민국은 결코 복지국가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 늘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를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복지지출과 정책이 균형이 잡히지 않고 포장만 요란할 뿐 빈곤의 사각지대, 복지의 사각지대, 의료급여의 모순지대에서 취약계층들의 고통의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일례를 들어 의료급여환자인데도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경우를 보면 참으로 비참하기 그지없다.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입원환자 식대 차별현황을 보면 1식 당(한 끼) 3,390원으로 2003년 이후 무려 14년간이나 동결되었다. 특히 정액수가는 입원기간별 전체에 대해 삭감하기 때문에 식대로 동일한 비율로 삭감되어 입원 석 달간은 3,390원이지만 3개월이지나면서 6개월까지 3191원, 6개월 이후 360일까지 2991원, 361일부터는 2,858원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 1년 이상 입원환자는 2,858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있으니 국가가 정액수가제를 적용하여 인권침해와 차별을 버젓이 자행하는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과연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 가 싶다. 눈앞에 드러나 있는 의료급여의 불평등 사각지대조차 알면서도 개선을 하지 않으면서 보이지도 않는 빈곤 사각지대를 찾아 무엇을 돕는다는 말인지 참으로 어불성설 복지 행태를 국민들을 보아왔다. 심지어 장애인차별 금지법조차 어기면서 당사자들이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해도 마이동풍이었다면 과연 무엇이라 답할지 궁금하다. 지금도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은 치료에서부터 먹는 밥까지 차별을 받고 있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아닌 노출된 ‘목전지대’에서 조차 불평등과 차별을 받고 있다.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면서 복지를 재단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쑥 들어가 버렸다. 우리나라가 실제 현장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왔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의 복지 행정의 실태를 보여준 단적이 사례 중의 하나이다. 기초생활조차 어려워 고통 속을 헤매다 선택한 이들의 극단적인 몸부림을 우리 사회는 참으로 충격적으로 받아 들였다. 생활고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국가 중 최고이다. 여기에다 노인 자살률까지 지속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부실한지 엿볼 수 있다. 복지예산은 있으나 복지수혜를 정작 받아야 할 사람들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악순환이 거듭돼 온 것이다. 그래서 ‘빈곤 사각지대’,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이 생겼다. 부끄러운 자화상이자 현주소이다.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초수급자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이나 차상위 계층의 사람들이 부양의무자인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지원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생활능력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조차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눈물겨운 삶을 살고 있다. 부양의무자 독소조항은 취약계층을 향한 복지를 가로막아왔고 오랜 세월 시정되어야 할 적폐의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늘 이런 저런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왔다. 그러니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더위에 청량제가 찾아왔다. 치매국가책임제에 이어 이번에 나온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 수립되어 발표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획기적인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참으로 가슴이 후련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골자를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로 오는 2020년까지 수급자 163만 명에서 252만 명으로 늘리고 의료‧주거‧교육급여 등 National Minimum(국민 최저선)을 보장한다. 또한 자활일자리 확충(7천개), 자산형성 지원(9만 가구)으로 빈곤 탈출 사다리 복원하며 빈곤 추락 방지를 위한 촘촘한 공적 보호망 ‘제3차 안전망’ 구축을 구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비수급 빈곤층에서 최소한 1개 이상의 급여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성 제고를 위해 내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또한 올 11월부터는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 또는 중증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 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총 93만 명(63만 가구)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발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노인 빈곤율이 심화되며,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되는 등 저소득층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은 획기적인 빈곤대책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추진계획이 나왔지만 말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다. 조속한 제도실행과 정착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분명히 사각지대가 아닌 목전의 지대에서조차 의료급여 불평등과 징벌적 식대차별로 신음하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개선과 장책전환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모든 법과 제도는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의료급여환자인데도 유독 정신질환자만을 차별하는 것은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담고 있는 취지는 분명 아니라고 본다.

이번의 야심찬 제  1차 계획이 그동안 소외받고 고통받아온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빈곤사각지대에서 눈물짓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제도와 정책으로 국민 앞에 다가서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바로보고 해묵은 적폐를 뜯어고쳐 내놓은 새 정부의 획기적인 추진계획에 기대감과 감동이 배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작금의 구호뿐인 모순된 복지의 개혁과 정상화가 절박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빈곤을 물리치면서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한다는 추진계획이 올바로 투영되어 대한민국 복지의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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